[뒷북경제] KDI·OECD도 낮춘 韓 성장률 전망…정부도 낮출까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거시적 측면에서 지표들이 견고”한 것 일까요 아니면 추세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선 걸까요. 국내 최고 싱크탱크이자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그리고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마침 이번 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관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4%로 똑같습니다.

전망치를 먼저 내놓은 곳은 OECD입니다. 지난 3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낮췄던 OECD는 두 달 만인 지난 21일(현지시간) 전망치를 또다시 2.4%로 내려 잡았습니다. 반년 만에 우리나라 성장률에 대한 OECD 전망치는 2.8%→2.6%→2.4%로 급전직하했습니다. OECD는 특히 글로벌 교역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와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으로 성장 둔화세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G2(미국·중국)가 세계 패권을 놓고 주고받는 ‘원 투 펀치’는 글로벌 무역을 얼어 붙게 만들 것이고,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 이런 교역 둔화는 직격탄을 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여전히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시각과는 차이가 큽니다.



KDI도 2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췄습니다. 전망 작업을 총괄한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의 총평은 이렇습니다. “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소비증가세도 둔화되는 가운데 수출이 빠르게 위축돼 전반적으로 수요가 부진하다.” 경제성장률, 즉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수출과 내수 두 축이 지탱합니다. 내수는 투자(설비+건설)와 소비(정부+민간)로 나뉘고요. 결국 경제 성장의 세 톱니바퀴는 수출, 투자, 소비입니다. 그런데 김 실장은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부진할 것으로 본 셈입니다. 성장률을 낮추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마저도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늦어도 다음 달까지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추경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올해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는 줄어듭니다.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대대로 추경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KDI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 최악의 경우 2.2%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KDI와 OECD 뿐 아니라 무디스(2.1%), 한국은행(2.5%), LG경제연구원(2.3%) 등 국내외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경쟁하듯 내려 잡으니 정부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우리나라가 2.6~2.7%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년에 11월과 6월 두 차례 전망치를 내놓으니, 오는 6월이면 기재부도 전망치를 발표하게 됩니다.

관심은 기재부도 성장률을 내려 잡을지입니다. 정부는 그간 우리 경제를 두고 낙관론을 펴왔습니다. 그렇지만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전망치를 낮추고 대내외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니, 성장률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전망치를 내릴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전망할 때와는 상황들이 많이 바뀌었다”는 말만 했습니다. 하향 조정하겠다는 생각을 에둘러 표현한 셈입니다. 본심이 튀어나온 건 지는 모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올해 성장률을 2.5%~2.6%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공식 전망치인 2.6%~2.7%보다 0.1%포인트 밴드 범위가 낮습니다. 문 대통령의 실수인지, 아니면 정부 내부 방침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찌 됐든 하향 조정은 이미 정해진 방향이 맞아 보입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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