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업계에서 불거진 초기플랫폼·전통사업자 갈등

'웨딩북', 아이니웨딩 등 공정위에 신고
"아이니웨딩, 제휴업체 상대로 압박"
아이니웨딩 "갑질한 적 없어…사실무근"
공정위서 웨딩북 주장 수용가능성 낮아
향후에도 웨딩북 건 유사 사례 나올 듯

지난 3월 웨딩북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웨딩북 청담’./사진제공=웨딩북

웨딩 컨설팅 업계에서 신규 스타트업과 기존 업체 사이의 갈등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웨딩 서비스 업체들을 중개하는 플랫폼인 웨딩북이 대형 웨딩 컨설팅업체인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를 두고 향후에는 다른 업계에서도 플랫폼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자 사이의 공정거래 관련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거대기업의 갑질이다” vs “스타트업의 언론플레이다”=지난 22일 웨딩북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형 웨딩 컨설팅업체인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을 공정위에 불공정거래 행위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발단은 웨딩북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스드메 상품 정찰제’다. 웨딩북은 플랫폼에 가입한 1만여 제휴업체들의 가격을 정찰제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스드메 시장에 형성된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기존에 가격 공개를 꺼려하던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이 이와 같은 가격 정찰제로 자신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자 웨딩북 제휴 업체들에게 거래 중단을 압박했다는 게 웨딩북의 주장이다.

웨딩북은 이 두 업체가 시장에서 큰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은 웨딩 컨설팅 시장에서 1, 2위를 점유하고 있는 업체인데, 웨딩북은 이들 업체의 매출 규모의 5%도 되지 않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보도자료가 나오자 아이니웨딩은 곧바로 반박했다. 이미 지난 4월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종결된 사건을 두고 웨딩북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니웨딩 관계자는 “신생 업체로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웨딩북 측에서 상대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방과 언론플레이로 영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아이니웨딩은 자신들이 ‘갑질’을 할 만한 시장지배력 자체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이니웨딩 관계자는 “수도권 기준으로 봤을 때 저희는 전체 예식 컨설팅 시장에서 10%대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며 “더구나 저희는 10여 년 전에 시작한 후발업체인데 웨딩북 쪽에서 저희를 우월적 위치에 있는 기업으로 거듭 강조하고 있어 억울하다”고 말했다.

웨딩북이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을 신고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공정거래조정원은 지난 4월 ‘위반 혐의와 관련된 분쟁에 해당하지 않거나 분쟁의 성격상 조정을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해 조정절차를 종료한다’고 통지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이관됐다.


이를 두고 웨딩북은 이 사건이 ‘조정’보다 더 센 수위에서 다룰 내용이기 때문에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넘어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조정은 제 3자(공정위)가 분쟁 당사자를 중개해 화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뜻한다. 웨딩북 관계자는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넘어갔다는 것 자체가 처벌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웨딩북의 문제 제기…공정위가 받아들일 가능성은?=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웨딩북은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이 공정거래법 제 23조 제1항 제 4호에 명시된 ‘불이익제공행위’와 같은 항 제 5호에 나온 ‘배타조건부거래행위’와 ‘거래이전처방해행위’를 했다는 입장이다. 불이익제공행위는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뜻한다. 배타조건부거래행위는 ‘부당하게 거래 상대방이 자기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거래처이전방해행위는 ‘다른 사업자의 거래처 이전을 부당하게 방해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웨딩북의 요구대로 이 두 업체가 ‘처벌’을 받을 확률은 높지만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이 실제로 거래 중단을 촉구했느냐는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위가 ‘웨딩북’의 요구를 수용할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고 간주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공정거래법에선 △한 회사의 매출액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매출액 상위 3개 회사의 매출액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니웨딩이나 다이렉트웨딩이 이만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모호한 상황이다.

실제로 두 업체가 공정거래법 제 23조 제1항 제 5호를 위반했는지, 즉 제휴업체가 웨딩북과 거래하지 않고 자신들과 계약을 맺게끔 강요했는지 증명하려면 이와 같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 요건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정원 법률사무소 남산 변호사는 “예컨대 제 5호에 나온 배타조건부거래행위가 인정되려면 스드메 업체들이 아이니웨딩과 다이렉트웨딩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 두 업체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걸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들이 제휴업체에 불이익을 제공할 힘이 있었다고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신고한 게 웨딩북 제휴업체가 아닌 ‘웨딩북’이라는 점에서도 여러 장애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맥락에서 불이익제공행위도 애초에 웨딩북이 제기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웨딩북과 제휴하고 있는 업체들이 아이니웨딩이나 다이렉트웨딩에 불이익제공행위를 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의미다. 불이익제공행위 자체가 ‘거래 상대방(스드메 업체)’에 대한 거래조건을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배타조건부거래행위도 마찬가지다. 웨딩북의 주장이 실제로 효과를 얻으려면, 웨딩북 제휴업체가 ‘아이니웨딩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해야 한다. 웨딩북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직접적인 거래상 피해자는 제휴업체들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웨딩북과 거래하면 우리는 당신들(스드메 업체)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한 점이 인정되고, 그 거래 거절 통보로 인해 스드메업체로서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인정돼야 시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사업자 갈등…다른 업계로도 확대될까=스타트업 업계에선 향후 웨딩북과 아이니웨딩·다이렉트웨딩의 분쟁 사례처럼 기존 사업자와 신규 플랫폼 사업자 사이의 공정거래법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사업자 입장에선 자신의 사업 영역을 위협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고, 플랫폼 스타트업도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을 돌파하고 싶은 욕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의 경우 시장에서 비교적 영세한 사업자들을 포섭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웨딩북의 공정위 신고 건과 같은 갈등은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공정거래법이 플랫폼 사업자까지 아울러서 다룰 수 있게끔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웨딩북의 경우에도 공정거래법에서 웨딩 컨설팅 업체로 볼지 플랫폼 업체로 볼지 명확치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플랫폼 업체들이 특정 산업군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상황에도 대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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