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혁 /사진제공=크레디아
“가장 자연스러운 라흐마니노프예요. 밋밋하고 개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무리한 해석을 하지 않았어요. 곡에 감정을 강하게 더하면 촌스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개성을 위한 개성을 싫어하기도 하고요.”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워너뮤직코리아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최근 발매한 ‘라흐마니노프 앨범’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앨범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피아노 협주곡 중의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두 대의 피아노로 협연한 ‘교향적 무곡’이 실렸다.
임동혁은 “러시아는 제가 보고 듣고 자란 곳이라 러시아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는 이질감이 없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 10살 때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2년 뒤인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하며 신동 피아니스트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러시아 클래식의 명문 모스크바 음악원, 하노버 국립음악대학, 줄리어드스쿨 음악대학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르헤리치와의 협연이다. 올해 78세인 아르헤리치는 열정적인 연주로 ‘활화산’이라는 별칭을 가진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아르헤리치는 지난 7일 9년 만에 펼친 내한 공연에서 임동혁과의 협연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로 이번 앨범에 실린 ‘교향적 무곡’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9월에 발매될 예정이었던 앨범은 아르헤리치와의 협연을 기념해 한국에서만 이달 가장 먼저 발매됐다.
43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건반 위 아름다운 우정을 보여주고 있는 임동혁과 아르헤리치는 1999년 처음 만났다. 아르헤리치는 EMI(현재 워너클래식) 음반사에 임동혁을 추천해 데뷔 음반을 낼 기회를 마련해줬고 그가 주관하는 페스티벌에 임동혁을 초청하기도 했다. 임동혁은 “아르헤리치에게 협연을 제의하자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며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만큼 무섭지 않고 반대로 거의 모든 것에 ‘노(no)’를 하지 못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가장 힘든 순간은 항상 ‘지금’이고 아티스트로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임동혁에게 요즘 특히 힘든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예전에는 패기로 ‘안되면 말고’라고 생각하고 연주했는데, 혹시라도 무대에서 실수할까 잘 되는 부분도 안될 때까지 건반을 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예민함을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은 저 자신밖에 없다”며 “‘많이 모자라지만 잘하고 있어. 나 잘 쳐’ 그렇게 생각하고 극복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제 이름을 딴 음악제가 있으면 좋겠다”며 “제가 좋아하고,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한국 친구들을 중심으로 모여서 함께 연주하고, 끝난 후에 같이 술 마시고 해장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피아니스트 임동혁 /사진제공=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