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목제품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을 말하자면 나무도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나무 도마 중에서도 서빙용 트레이나 플레이팅 보드로도 쓸 수 있는 일명 ‘빵 도마’의 인기가 뜨겁죠.
빵 도마로 만들어지는 목재는 여러 가지인데 히노끼나 은행나무, 호두나무, 느티나무 등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특히 캄포나무로 만든 도마가 인기인데, 특유의 향과 무늬, 대중적인 가격 등이 장점으로 작용했죠. 오늘은 바로 이 캄포나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캄포, 호주가 최대 수출국 된 까닭은?
캄포나무는 일본과 중국, 대만 그리고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남부지방이 원산지인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녹나무, 일본에서는 구스노끼, 중국에서는 구스라고 통칭되죠. 원산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동북아시아 지방인데 오늘날 캄포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고 수출되는 나라는 다름 아닌 호주입니다.
캄포나무는 1820년대 초 시드니식물원에서 처음 녹화되며 호주에 소개됐습니다. 풍부한 영양을 가진 토양과 온화하고 강수량 많은 호주의 기후로 인해 캄포는 단시간에 엄청난 증식을 이뤄냈다고 합니다. 1890년부터는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에도 많이 식재되기 시작했죠. 특히 호주의 주력 산업이던 바나나 농장이 동남아시아에 밀려 황폐화되고, 축산업을 위해 개간했던 산과 토지들 역시 축산업 축소의 여파로 빈터로 변해가던 상황에서 연간 10만개 이상의 씨앗을 퍼뜨리는 캄포나무의 엄청난 번식력은 바로 이 유휴지들을 점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캄포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호주에서는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요. 우선 호주인들이 사랑하는 코알라의 먹이인 유칼립투스와 토착수종들의 번식이 캄포에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캄포나무 잎에 함유된 탄소화합물이 물에 녹아들면서 어류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고, 뿌리를 넓게 펼치는 나무의 특성 덕에 다른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호주 정부는 대대적인 캄포나무의 벌목을 시작했습니다. 학교 및 공공기관에 심어져 있던 조경수는 물론 사람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군락을 이룬 캄포나무 자생지에는 정부 지원금까지 쏟아가며 벌채를 진행했죠.
엄청난 규모의 벌채가 단기간에 이뤄지다 보니 다음 단계로 벌목된 나무의 처리가 숙제로 남겨졌습니다. 정부는 벌목된 나무를 처리하기 위해 목재 수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까지 많이 들여오게 된 거죠. 과잉 생산된 목재로 인해 가격 역시 단기간에 하락했습니다. 캄포를 이용한 목제품이 대량 생산될 수 있었죠. 캄포 도마 역시 항균 작용이 뛰어난 나무의 특성 덕에 인기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낮은 원재료값이 생산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캄포 성분 중독성 일으킬 수도… 도마 사용 시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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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포나무로 만든 목제품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캄포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특히 최근 캄포 성분에 의한 중독 증상에 대한 보고가 늘어나며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죠. 이름에서 보듯 캄포나무에는 캄포 성분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데요, 캄포란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물파스의 주요 성분이기도 합니다. 물파스 성분은 캄포나무 자체가 아니라 캄포나무를 증류해 얻은 ‘장뇌’를 활용해 만든 것이기는 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이런 물파스를 잘못해 섭취하거나 할 경우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실제 미국 약학도서관에 소장된 ‘캄포 중독 : 임상 기반의 병원 외 후속조치 실습’ 논문에 따르면 캄포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삼켜 중독된 환자가 연 1만 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가 실수로 캄포 성분이 포함된 작은 알갱이 등을 조금 섭취해 중독된 사례가 인도소아과학회 등의 보고서에서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캄포는 물파스 등 국소 근골격계용 외용제나 나방 방충제, 항균성 외용제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돼 집안 물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어린아이들은 소량을 섭취하더라도 심각한 중독이 유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캄포 성분이 함유된 캄포나무로 만든 도마나 식기류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알레르기에 취약한 서양인들에 비해 동양인들은 비교적 알레르기에 강한 특징을 보이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 동양인들은 음식물 알레르기에 대해서도 상당한 면역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죠. 그래도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약자들은 캄포나무 조각이나 농축액 등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캄포도마에서 칼을 써서 음식을 자를 때 캄포의 작은 조각이 분리되어 음식물과 같이 섭취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캄포도마에서 직접 칼질을 하여 음식을 섭취하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작은 일에도 조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건강하게 나무를 즐기는 길일 겁니다.
특별기고=김종우 죽산목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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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석은
나무를 사랑하는 20년 경력의 가구장이다.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기업인 ‘스튜디오삼익’의 대표이사이자 나무 애호가들 사이 명성 높은 ‘죽산목공소’와 ‘우드아카데미’의 마케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드아카데미는 필자가 함께 배우고 강의하는 목재 수업의 이름이자 목재해부학 박사님이신 정연집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강사진과 회원들이 배움을 나누는 터이다. 필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다시 나눈다는 마음을 담아 칼럼 제목을 ‘우드아카데미’로 지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