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는데 이것이 일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라 주목된다.
전날 볼턴 보좌관은 도쿄(東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초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정황을 놓고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미 언론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강경한 대외정책에 불편을 심기를 드러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매파 참모들이 이란과의 전쟁이 가까이 온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데 대해 짜증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 국무부가 하노이 노딜 이후 처음으로 비핵화 방식과 관련 ‘동시적·병행적 진전’을 언급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 기조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균형추가 폼페이오 장관에게 기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두 정상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미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해온 대로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이와 같은 목표들을 향해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시적·병행적 진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간 일괄타결식 빅딜이라는 강경론에서 압박 수위를 낮춘 것으로 북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에 따른 북한의 대미 비난에도 대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이란·중국 등 대외전선이 확전되고 있는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노선은 최근 중국·이란·베네수엘라의 반발을 샀고 미국은 3개국과 동시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북한까지 협상에서 이탈할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6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연합뉴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포함해서 특히 중국과의 문제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관리하려는 성격이 강한 것 같다. 북한이 여기서 미사일을 한 번 더 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난처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1차 목표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은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