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혁신생태계가 활성화하려면 대기업이 각 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이 스타트업을 위해 인큐베이터 설치, 자료 공유, 자금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스웨덴·핀란드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26일 발표한 ‘스웨덴·핀란드의 혁신생태계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코넬대, 유럽경영원 등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GII)’에서 각각 3위와 7위를 기록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이 지수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기연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성공적인 혁신생태계를 꾸린 요인으로 균형잡힌 산·학·관 생태계를 꼽았다. 이 중에서도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시스타 과학도시(Kista Science City) 사례에 주목했다. 시스타는 1970년대에 스웨덴 대기업 에릭슨(Ericsson)과 스톡홀름시가 같이 조성한 도시로 세계 5위권의 ICT 클러스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에릭슨과 스톡홀름시가 공동으로 설립한 재단인 일렉트룸(Electrum)이 도시 내 기업·연구소·공공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일렉트룸은 2002년 스팅(STING·Stockholm Innovation & Growth AB)이라는 창업보육센터를 세워 스타트업에게 컨설팅, 투자자 매칭 등의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도 했다. 스팅은 설립 이후 2015년까지 총 2,000여건의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핀란드는 규제완화를 통해 대기업을 유치해 혁신생태계를 키웠다. 2012년 바이오 뱅크법을 개정해 의료분야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이후 핀란드는 GE·바이엘 등 글로벌 대기업을 비롯해 헬스케어 기업 450개사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들 기업은 핀란드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중기연 측은 소개했다.
중기연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사례를 참고해 대기업이 혁신생태계에서 핵심 행위자로 참여할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간 혁신생태계 조성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미흡했던 우리 상황에 비추어볼 때 스웨덴·핀란드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최종민 중기연 부연구위원은 “각 지역별로 흩어져있는 혁신 자원들을 연결하고 혁신 주체들 간 네트워킹 촉진의 매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플레이어의 발굴 및 육성이 필요하다”며 “이 핵심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매개가 원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은 지역의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혁신 플랫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