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발언을 하루 만인 26일 뒤집은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이라는 자신의 외교적 성과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탄도미사일 규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이 미국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Wise Honest) 압류를 둘러싼 북미 간 갈등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북한의 도발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일본을 배려하기 위해 ‘배드캅’ 역할을 자처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굿갑·배드캅’의 화전 양면전술을 통해 대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이란·중국 등 대외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온건책으로 기우는 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노선은 최근 중국·이란·베네수엘라의 반발을 샀고 미국은 3개국과 동시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까지 협상에서 이탈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4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앞서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과 관련 볼턴의 강경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매파 참모들이 이란과의 전쟁이 가까이 온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데 대해 짜증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 국무부가 하노이 노딜 이후 처음으로 비핵화 방식과 관련 ‘동시적·병행적 진전’을 언급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 기조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균형추가 볼턴 보좌관과 갈등설이 불거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 글은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의심의 여지 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말한 볼턴 보좌관에 대한 직접적 질책”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해온 대로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이와 같은 목표들을 향해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시적·병행적 진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간 ‘일괄타결식 빅딜’이라는 강경론에서 압박 수위를 낮춘 것으로 북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포함해서 특히 중국과의 문제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관리하려는 성격이 강한 것 같다. 북한이 여기서 미사일을 한 번 더 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난처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1차 목표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은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