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빈이 캐디를 맡은 아버지와 함께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
데뷔 4년차 임은빈(22·올포유)이 4년처럼 긴 하루를 보낸 끝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임은빈은 26일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파72·6,51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총상금 8억원) 3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그는 4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지켜 김지현(28·한화큐셀)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6시즌 KLPGA 정규 투어에 입성한 임은빈은 꾸준한 활동에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8시즌 효성 챔피언십 등 3차례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던 그는 통산 93번째 출전 만에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첫 우승으로 받은 1억6,000만원은 지난해 벌어들인 1억6,412만원(43위)과 맞먹는다.
이날 임은빈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 끝에 기쁨을 맛봤다. 선두 이소미(20·SBI저축은행)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그는 6번홀(파5) 더블보기와 7, 8번홀 연속 버디 등으로 11번홀까지 3타를 잃어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12번홀(파4) 버디에 이어 짧게 세팅된 13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샷을 그린에 올린 뒤 4m 가량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이소미와 공동 선두로 맞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보기를 적어내 우승을 내줄 뻔했다. 이소미가 1.2m 파 퍼트를 놓치면서 먼저 경기를 마친 김지현, 김소이(25·PNS창호)와 함께 4인 연장전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전에선 임은빈이 짧은 버디 기회를 만들었으나 김지현이 중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이어가야 했다. 임은빈과 김지현은 2, 3차 연장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하며 팽팽히 맞섰다. 승부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4차 연장에서 두 선수 모두 짧은 파 퍼트를 남겨 5차 연장이 예상됐지만 김지현이 1m가 안 되는 퍼트를 넣지 못했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이 무산된 김지현과는 희비가 엇갈렸다.
임은빈은 경기 후 “정규 18번홀 티샷이 해저드에 빠졌을 때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느꼈다”고 돌아본 뒤 “골프를 한 지 10년 넘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아버지 노고에 반은 갚았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앞으로 더 잘해서 갚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가짐을 바꾼 게 우승하는 선수가 된 가장 큰 동력”이라고 했다. “전에도 우승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늘 나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임은빈은 “어젯밤에 ‘내일은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여러 번 다짐했다. 마음속으로 우승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품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1타를 잃은 박민지(21·NH투자증권)와 2타를 줄인 박현경(19·하나금융그룹)이 1타 차 공동 5위(9언더파)에 올랐다. 상금랭킹 1위 최혜진(20·롯데)은 2언더파 공동 2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