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소비]전자담배 이번엔 액상전쟁...USB 같은 '쥴' VS 국산 자존심 '릴' 붙는다

■액상담배판 아이폰 美 '쥴'
손톱 크기 팟 1개로 200여회 흡입
GS25·세븐일레븐서 판매 추후 확대
■토종 후발주자 '릴베이퍼'
편의점 씨유서 독점 공급
가격은 쥴보다 1,000원 비싸
"유해성 적어 일반담배 대안" 강조
니코틴 함량 낮춰 "싱겁다" 반응도

전자담배 전쟁이 궐련형에 이어 이젠 액상담배 대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담배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미국 전자담배 업체 ‘쥴랩스’(JUUL LABS)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이 24일부터 판매됐다. 이에 맞서 KT&G는 같은 유형의 전자담배 ‘릴 베이퍼’(LIL VAPER)를 27일 내놓는다. 쥴랩스는 미국 전자담배 1위, KT&G는 국내 담배 1위 업체다. 미국과 한국의 자존심을 내 건 두 회사가 액상 전자담배 시장에서 맞붙으면서 담배전쟁 ‘2라운드’가 시작된다.

쥴 기기와 니코틴 카트리지 포드

USB 모양의 깔끔한 디자인에 ‘예쁜 담배’로 불리는 쥴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긴장하고 있다. 쥴 랩스의 제임스 몬시스 CPO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쥴을 “전 세계 10억명 흡연자의 대안이 될 제품”이라고 소개하며 “쥴을 피우면 일반 담배를 피웠을 때 나오는 유해 물질의 95%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담배 모양과는 완전히 다른 직사각형 모양으로 제작됐다고도 설명했다. 2015년 출시된 쥴은 길쭉한 USB 모양을 한 이른바 폐쇄형 시스템(CVS·Closed System Vaporizer) 전자담배다. ‘팟’(pod)으로 불리는 액상 니코틴 카트리지를 기기 본체에 끼워 피운다. 성인 남성 엄지손톱 크기의 팟 1개는 200여회 흡입이 가능, 일반 담배로 치면 한 갑 역할을 한다. 쥴은 미국 전자담배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팬층을 갖고 있다. 미국 10~30대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미국 현지에서는 쥴을 피운다는 의미의 ‘쥴링’(JUULING)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KT&G도 마음이 급하다. KT&G는 2017년 5월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20~40대 흡연가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이미 후발주자의 학습효과를 경험했다. KT&G는 이후 ‘릴’(LIL)을 출시했다. KT&G는 쥴의 국내 판매 소식이 전해지자 경쟁구도로 릴베이퍼를 내놨다. 액상 카트리지 이름은 ‘릴시드’(LIL SIID)다. 작동 방식은 쥴과 유사하다. 릴 베이퍼는 가격 면에서 쥴보다 1,000원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KT&G 릴베이퍼

판매창구도 다르다. 릴베이퍼는 편의점 씨유(CU)를 통해 독점 공급되는 반면 쥴은 판매창구를 늘릴 예정이지만 우선 편의점 GS25·세븐일레븐으로 통해 판매된다. 두 회사의 대결구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쥴과 릴베이퍼의 맛이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의 산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쥴 팟 니코틴 함량은 1.7%, 3%, 5% 등 3가지이지만 국내에서는 유해물질 관련법에 따라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된다.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싱겁다’는 얘기도 나온다. 액상담배의 연기를 마시는 느낌과 내뱉는 느낌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이들 액상전자담배는 청소년 흡연 이슈와 맞물리면서 쥴랩스코리아, KT&G 모두 정중동 마케팅, 외부에서 보기엔 조용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쥴랩스코리아는 기자간담회에서 시연회를 따로 하지 않았고 KT&G는 아예 미디어 공개를 생략했다. 쥴랩스는 미국 현지에서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축소하고 주요 소매점에서 향이 나는 일부 포드의 판매를 일시 중지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