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택 울산지검장 "표 의식한 수사권조정, 세월호 해경 해체와 같아"

26일 국회의원 300명에게 '조정안 반대' e메일 발송
"표만 의식해 검찰해체... 선거제도 연계해 정치거래"
차기 검찰총장 충성맹세 설도 제기... 코드인사 꼬집어
박상기 장관 경고한지 2주도 안돼 檢고위직 반발

송인택 울산지검장. /연합뉴스

현직 검사장이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표만 의식한 검찰 해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들에게 입단속을 시킨 지 2주도 안 돼 불만이 터진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인택(56·사법연수원 21기) 울산지방검찰청장은 지난 26일 오후 8시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A4 용지 14장 분량의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e메일을 보냈다.

송 지검장은 e메일을 보낸 이유에 대해 “지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개혁 방안은 환부가 아닌 멀쩡한 곳을 수술하려는 것으로 많은 검사가 이해하고 있다”면서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 등에서 시작된 개혁논의가 방향성을 잃고 수사권 조정이라는 밥그릇 싸움인 양 흘러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 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표만 의식해서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며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며 “형사소송법 대원칙에 부합해야 할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인 거래 대상으로 전락해 무엇을 빼앗아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흘러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송 지검장은 “검찰개혁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에서 비롯됐고 그 책임이 검사에게 많다는 점에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면서 “그렇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공안·특수·형사·공판 중 어느 분야에서 생겼는지, 의혹과 불신을 초래한 사건처리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 보고체계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 권력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채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개혁이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또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은 권력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라며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또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면서 “총장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코드에 맞는 분이나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총장이 되고 결국 총장은 임명권자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9개를 제시하기도 했다. 현직 검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능력과 인품을 검증하고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총장을 임면하도록 절차를 개선하고, 수사 착수부터 기소까지 총장이나 대검 참모의 사전 지휘를 받게 하는 총장의 제왕적 지휘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법무부나 청와대에 수사 정보를 사전에 알리는 현행 보고 시스템 개선 ▲검찰 스스로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검사장들이나 평검사 대표들이 상설특검 회부를 요구하는 장치 마련 ▲부당·인권침해 수사를 한 검사를 문책하는 제도 도입 ▲청와대·국회 등 권력기관에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 개선 ▲공안 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 비율 제한 ▲검찰 불신을 야기해 온 정치적 사건과 하명 사건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독립적인 위원회가 실질적인 인사를 하도록 제도 개선 등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앞선 13일 전국 검사장에게 e메일을 보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기를 들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검·경간 기존의 불신을 전제로 논의하지 말 것 ▲개인적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시키지 말 것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외국의 제도를 예로 들어 주장하지 말 것 등을 부탁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어 대해 “외국 사례 등도 얘기 못하게 하면 검찰은 입 다물어야 된다”고 반박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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