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체험기 라이프까톡] 시그니엘 서울 ‘망고 코코넛 빙수’

코코아 밀크 얼음 위에 망고 과육·퓨레...마지막까지 달콤 시원한 '명품 빙수'

시그니엘 서울의 ‘망고 코코넛 빙수’./사진제공=롯데호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것 중 하나는 호텔들의 빙수 출시다. 사시사철 쉽게 빙수를 맛볼 수 있음에도 특급호텔이 줄지어 서로 차별화한 빙수들을 내놓는 이때가 ‘빙수 투어’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그니엘 서울은 롯데월드타워 79층에 위치한 ‘더 라운지’에서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와 협업한 ‘망고 코코넛 빙수’와 ‘멜론 빙수’를 내놨다.

두 메뉴는 프랑스 요리의 ‘황태자’로 불리는 그와 그의 푸드 코디네이터들이 국내 유명 호텔과 프랜차이즈 빙수매장을 돌며 섭렵한 뒤 프랑스 현지 디저트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확실히 기존 빙수들의 단점이나 식상함을 개선하기 위해 신경을 쓴 게 보였다. 기자는 이 가운데 망고 코코넛 빙수를 맛볼 수 있었다.


일단 외관만 봤을 때 프렌치 디저트의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안을 파낸 코코넛을 빙수 그릇으로 활용해 그 안을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얼음이 얇은 코코넛 슬라이스 모양으로 채웠다. 산을 이룬 코코넛 밀크 얼음 위에 동그랗게 파낸 망고 과육을 올렸고 그 위에 망고 퓨레를 뿌려 보기만 해도 촉촉하고 숟가락이 절로 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데코로 쓰인 허브잎은 청량감을 더했다.

맛은 어떨까. 먼저 얼음만 떠서 먹어봤다. 코코넛이 과하게 쓰일 경우 텁텁하고 느끼한 맛 때문에 디저트에 쓰이기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상큼한 라임향을 섞은 코코넛 밀크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망고 과육과 퓨레를 섞어 함께 먹으니 처음엔 망고 향이 코끝을 강하게 찔렀다가 코코넛 향이 끝맛을 부드럽게 마무리해줬다. 1인분으로 출시됐지만 성인여성 2명이 식후 디저트로 먹어보니 남길 정도로 양이 많았다.

30분 동안 담소를 나누며 먹다가 새삼 느꼈다. 바로 빙수의 얼음이 하나도 녹지 않았다는 것. 빙수가 담긴 코코넛 통째로 얼음이 담긴 보울 위에 올려 오래도록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한 배려 덕분이다. 더운 날씨에 빙수가 빨리 녹아버린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게 없을 터. 기존 빙수 메뉴들의 가장 큰 단점을 극복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빙수에 ‘기승전결’의 서사를 담아 여러 단계에 걸쳐 맛을 즐길 수 있게 한 설계도 돋보였다. 눈으로 한번 먹은 다음(기), 위에 올려진 망고과육과 퓨레를 다 먹고 나면(승), 남은 얼음과 사이드로 함께 나온 퓨레와 캐러멜을 입힌 피칸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전). 여기에 코코넛 밀크 얼음을 다 먹으면 그 아래 깔린 망고 셔벗을 즐기면 된다(결). 처음엔 딱딱했다가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퍼먹기 딱 좋게 녹는다. 다 먹을 때까지 빙수는 먹기 좋은 상태를 유지했다. 도심 속에서 40분 동안의 ‘행복한 피서’를 찾는다면 이만한 게 없을 것 같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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