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덕 논설위원의 관점] 민주-이해찬·文대통령·양정철, 한국-황교안·나경원·한선교

21대 총선 10개월 앞...공천 누가 주도하나
민주당
인재영입·20% 전략공천권 등
당대표 공천 영향력 가장 막강
文, 불법 우려에 '이심전심' 무게
楊은 공천룰 마련 등 실무 작업
한국당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높은 黃
오너형 당수로 원톱 역할할듯
對與투쟁 주도 羅도 지분 확보
韓, 공천관련업무 맡을 가능성
'광폭 공천' 정당이 성적 좋아
현역 물갈이 40% 근접할듯



내년 4월15일에 실시되는 21대 총선을 10개월여 앞두고 정치권 안팎의 최대 관심은 ‘누가 공천을 주도하느냐’에 모이고 있다. 특히 ‘금배지’를 노리는 출마 희망자들은 본선보다도 당내 예선인 공천 경쟁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공천 실권자와의 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갈수록 여야의 접전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공천 결과가 승패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은 상품가치가 높은 후보를 선발하기 위해 공천 사전 정지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본지는 여야 양대 정당의 공천 주도 인사를 파악하기 위해 여야의 전·현직 의원·당직자 10명과 대학교수·정치평론가·언론인 10명 등 총 20명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들에게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실질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사를 두 명씩 꼽아달라’고 질문한 결과 양당에서 모두 당 대표를 꼽은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민주당의 공천 영향력에서는 14명이 꼽은 이해찬 대표가 1위를 기록했고 문재인 대통령(10명)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9명)은 2·3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이낙연 총리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각각 2명이었고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전 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은 각각 1명이었다. 한국당 공천에서는 응답자 20명 중 19명이 황교안 대표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봤다.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선교 사무총장을 꼽은 응답자가 각각 8명과 4명이었다. 그다음으로 홍준표 전 대표,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조경태 최고위원, 윤상현 의원을 꼽은 응답자는 1명씩이었다. ‘미지의 제3인물’ ‘공천관리위원장’이라고 답변한 인사도 각각 1명이었다. 보수 통합이 이뤄질 경우 유승민 의원이 공천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한 인사도 1명이었다.

◇민주당 공천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들=민주당에서 이해찬 대표의 공천 영향력이 가장 셀 것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한 의원은 “대표는 당헌·당규상 공천과 관련한 여러 권한을 갖고 있는데다 공천자 명단을 선관위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옥새’로 불리는 대표 직인을 찍고 인재 영입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는 당헌 89조에 따라 전체 지역구의 20% 범위 내에서 ‘전략 공천’을 주도할 수 있다. 대표는 이와 함께 공천관리위원회 등을 구성하면서 자신과 가까운 위원들을 전진 배치할 수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는 친문계와 비문계를 아울러 당 전체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평론가는 “총선이 다가오면 이 대표가 당의 간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막판에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렸다. 상당수의 응답자는 “문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처럼 임기 말 안정적 국정 운영과 재집권을 위해 코드가 맞는 당선자를 많이 배출하려고 우회적으로 공천에 관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불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심전심’으로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로는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나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거론된다. 반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스타일상 공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가 공천을 주도하고 의원들의 성적을 평가하는 원내대표의 입김도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정철 원장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는 배경으로는 문 대통령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리인 역할이라는 점이 거론됐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양 원장은 문 대통령과 친문 이너서클의 대리인이자 파견대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총선 전략을 기획하고 세부 공천 룰을 마련하면서 공천과 경선 관리위원회 실무에 관여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민주연구원은 후보 경선 여론조사 문항 작성에 관여함으로써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성호 전 민주당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기용한 양 원장은 문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이낙연 총리가 당에 복귀해 선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공천 영향력을 부분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공천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들=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정치 경험이 짧지만 대선주자 지지도가 높은 ‘오너형 당수’로서 공천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태흠 의원은 “황 대표가 인재 영입과 공천 과정 등에서 원톱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황 대표 1인의 영향력만을 거론했다. 반면 범여권 관계자들은 “황 대표가 공천을 주도하겠지만 강경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당의 외연 확장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황 대표는 최근 신주류 3인방으로 떠오른 한선교 사무총장과 추경호 부총장, 박완수 의원을 통해 공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개혁 공천을 하려면 3인방의 역할을 적절히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순·김병민 정치평론가는 “최근 대여 투쟁을 주도해 보수층 사이에서 존재감이 부각된 나경원 원내대표는 임기가 총선 때까지 연장될 경우 현역 의원의 재공천 여부에 관여하는 등 나름의 공천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통합이 추진될 경우에는 당 바깥 인사의 역할이 부각될 개연성이 있다. 김성호 전 의원은 “보수 통합이 이뤄진다면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 등이 거기에 참여해 공천 지분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황 대표는 관료 출신으로 시스템을 중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한선교 사무총장에게 공천 관련 업무를 맡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언론인은 “한 총장이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추진하려면 자신이 먼저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한선교 총장과 추경호 부총장 사이에 갈등이 있는데 앞으로 추 부총장의 공천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이나 총선전략본부장 등을 맡게 되는 ‘미지의 제3인물’이 공천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역 의원 물갈이 폭=과거 사례를 보면 공천 물갈이를 대폭으로 하되 계파·진영·세대를 뛰어넘어 ‘광폭 공천’을 한 정당이 총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거두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표는 김윤환·이기택 등 중진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오세훈·원희룡 등 새 인물들을 발탁해 제1당을 차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신한국당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김문수·홍준표·이재오 등을 폭넓게 기용해 임기 4년 차 총선에서 선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새천년민주당은 16대 총선 공천 당시 임종석 등 민주화운동 86세대를 비롯한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해 진보정권 재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반면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진박 공천’ 논란을 빚은데다 상향식 공천으로 현역 물갈이를 충분히 하지 못함으로써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현역 의원 대폭 교체 쪽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 총선공천기획단은 이를 위해 현역 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가 ‘평가 하위 20%’에 해당할 경우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20% 감산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대로 정치 신인에게는 기존 경선 과정에서 적용하던 가산 10%에 더해 공천 심사 과정에서도 10%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한국당은 현재 공천 룰을 정하지 않았지만 황 대표는 현역 의원 물갈이 폭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나는 이기는 싸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여러 세력이 힘을 모으고 좋은 인재도 많이 영입하는 한편 현역 의원도 많이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역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공천 물갈이 폭은 25~40%가량이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현역 물갈이 비율이 40%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어 의원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dkim@sedaily.com

[도움 말씀을 주신 인사 20명]

<범여권> 황희 의원(민주당), 박경미 의원(민주당), 김성호 전 의원, 정동수 전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참여정부), 익명의 민주당 당직자

<범야권> 원유철 의원(한국당), 김태흠 의원(한국당), 조해진 전 의원,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한국당 경산시 당협위원장), 익명의 한국당 당직자

<교수·정치평론가>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배종호 세한대 교수(전 KBS 뉴욕특파원), 차재원 정치평론가(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황태순 정치평론가(황태순TV 대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여론조사전문가), 최진녕 변호사(정치평론가), 김병민 정치평론가(행정학박사)

<현직 언론인> 정치부장을 지낸 중앙 주요 언론사 소속 인사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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