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직원들 사명감 갖도록 돕는게 CEO 역할...수평적 리더십 중요"

■허정수 대표가 본 이상적인 CEO像
사장 그릇이 회사의 성패 좌우
유연한 조직문화로 바꿔나가야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오승현기자

‘수처작주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이상적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대해 묻자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있는 곳에서 주인이 되면 그 자리가 옳은 자리가 된다”는 중국 당나라 선승 ‘임제’의 가르침을 들었다. KB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할 때부터 마음속 깊이 새겨온 대목이다.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인 하마구치 다카노리가 쓴 ‘사장의 일’은 허 사장이 인상 깊게 읽은 경영지침서다. 책에는 “눈이 내리는 것도 다 CEO 책임”이라는 내용이 있다. CEO의 자리는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지만 결국 사장의 그릇이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특히 CEO는 조직 구성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을 주도하도록 조직문화를 만드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허 사장은 “CEO를 포함해 어떤 조직 구성원이라도 마찬가지”라며 “조직에서 어떤 일을 맡더라도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임하는 능력이 그 어떤 전문적인 능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이 이 같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조직문화도 변해야 한다. 구성원 간의 소통 방식, 관리자의 스타일, 조직체계 등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허 사장은 “전통적 조직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소통, 구성원들에게 ‘가라’고 지시하는 보스(boss)형의 관리자, 촘촘하게 규격화된 조직체계가 중심이 됐다”며 “하지만 현대적인 조직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보텀업(bottom up) 방식의 의사소통, 구성원들과 ‘함께 가자’로 동료로서 접근하는 리더(leader)형의 관리자,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체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생명도 이 같은 인식 아래 조직체계를 보다 유연하게 바꾸고 직급·연차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허 사장은 “KB생명 직원들이 더 자신감을 갖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다”며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발적인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게 참 어려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2, 3년짜리 CEO가 흔한 환경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과제다. 미국 등 몇몇 선진국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CEO에게 9년을 준다. 첫 3년은 허니문 기간으로, 다음 3년은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간으로, 마지막 3년은 후임자를 골라 인수인계하고 안정적인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기간으로 쓴다는 것이다. 허 사장은 “CEO에게 긴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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