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겸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이 올 하반기 홍콩증시에 2차 상장을 통해 200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며 미국 내에서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창구 다변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관계자는 알리바바 그룹이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어 올해 하반기 홍콩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금 경로를 다양화하고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2014년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홍콩거래소 규제에 막혀 NYSE행을 택했다. 당시 상장 규모는 250억 달러로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 증권 당국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면서 홍콩거래소는 샤오미, 메이퇀뎬핑 등 굵직한 대기업의 상장에 성공했다.
실제로 알리바바 그룹의 2차 상장이 이뤄진다면 2010년 AIA 그룹 상장과 맞먹은 홍콩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상장이 될 전망이다.
다만 외신에선 지난 3월 이미 29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한 알리바바 그룹이 2차 상장에 나선 것은 신규 자금 조달보단 미중 무역분쟁 긴장이 고조되며 중국기업에 대해 적대적인 미국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5일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거래 제한 조치를 발동하며 중국 기업에 대해 비슷한 제재가 가해질 위험이 생기자 자금조달 경로 다변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홍콩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다이는 “(2차 상장의) 큰 부분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다른 측면에서는 홍콩증시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이 더 좋다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