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퍼레이드' 코앞인데 여당 서울시의원들 기도만

기독교 신자들 개인적 반대입장
朴시장 '인권' 행사에 비판 못해

‘서울광장 퀴어퍼레이드’ 개최일(6월1일)이 다가오면서 기독교 신자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권’을 앞세워 지지한 행사라는 점에서 비판하기가 쉽지 않아 말 그대로 ‘기도만 올리는’ 상황이다.


복수의 서울시의회 ‘신우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동성애에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공개적으로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우(信友)회는 서울시의회 안의 기독교 모임으로 현재 준비위원회 성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취재에 응한 시의원들은 “민주당 의원으로서 퀴어퍼레이드에 반대하는 내용이 나가면 곤란하다”며 익명 보도를 요구했다. 한 시의원은 “박 시장을 개인적으로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퀴어퍼레이드를 허용해주는 게 안 좋다고 생각한다”며 “당론은 당론이고 개인적으로 종교 가치로 봤을 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기독교 윤리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신우회 소속 시의원들은 최근 퀴어퍼레이드 반대를 위해 ‘기도’를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동성애를 교리로 금하고 있는 기독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은 퀴어퍼레이드가 박 시장의 인권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기에는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시장은 열린광장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퍼레이드를 사실상 불허했다. 하지만 박 시장 집권 이후 조례가 개정돼 2015년부터 퍼레이드가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박 시장은 줄곧 “성소수자 문제는 헌법의 평등 관점에서 봐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퀴어퍼레이드는 오는 6월1일 열릴 예정이지만 맞불집회도 열릴 예정이어서 자칫 충돌이 우려된다. 기독교 단체인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당일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와 러브플러스 페스티벌을 서울광장 건너편인 대한문광장에서 연다. 준비위는 대한문광장을 시작으로 주한 미국대사관과 세종문화회관 일대를 돌며 ‘퍼레이드’를 할 예정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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