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20여년 만에 부실 시중은행을 인수해 구제금융에 나섰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는 더 큰 위험(리스크) 확산의 전조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차이신 등 중국 주요 경제지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CBIRC)는 전날 내몽골에 본사를 둔 바오샹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바오샹 은행의 경영권을 내년 5월 23일까지 1년간 중국 금융 당국이 관리하게 된다는 말이다. 정부가 시중은행을 인수해 구제금융에 나서는 것은 1998년 하이난성의 하이파뱅크오브차이나를 인수한 이후 처음이다.
1998년 설립된 바오샹 은행은 2017년 9월 기준 직원 8,000여명과 총자산 5,760억 위안(약 99조원)을 보유한 중국의 시중은행이다. 이 은행의 미납대출금은 2016년 말 1,565억위안(26조 9,000억원)으로, 2년 전인 2014년 말보다 65% 늘어났다. 2016년 12월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1.68%에 달했다. 바오샹은행은 600억위안(10조 3,000억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와 65억 위안(1조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바오샹 은행은 ‘그림자 금융’ 시스템을 이용해 노출을 피해 온 소규모 은행 중 하나”라며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는 대출 규제를 회피하고 부실 대출을 감추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이용하는 지역 은행이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바오샹 은행 인수는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상실 없이 위험한 대출 관행을 청산하려는 중국 금융당국의 시도”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중앙 정부의 시중은행 인수가 금융 리스크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다른 중소은행들도 곧 줄줄이 문제가 드러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정부의 바오샹 은행 인수는 중국의 은행 정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다른 중소 규모 은행들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며 아직 중국 금융당국은 이를 관리할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