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10시, 이마트 용산점 와인매장에는 개점 시간부터 계산대에 줄을 섰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와인장터 첫 날. 이번 와인장터는 ‘트리오 까버네쇼비뇽, 멜롯, 샤도네이’(9,900원). ‘깐띠 모스카토 IGT’(6,800원) ‘2% 스위트 화이트’(5,000원) 등 커피 한 두 잔 가격이면 가능한 와인을 대거 선보이면서 홈런을 쳤다. 이날 하루 매출이 10억원으로 10년 가까이 진행한 와인장터의 역대 평균 매출인 5억원을, 하루 만에 2배 기록을 갈아치웠다.
몸 값 낮춘 와인이 ‘4캔에 만원’을 앞세워 무섭게 몰아치던 수입 맥주 돌풍을 눌렀다. 이달 기준으로 와인이 수입 맥주 점유율을 앞질렀다. 수입맥주로 주류 시장 절반을 차지한 맥주 성장세를 1만원대 와인이 잠재운 셈이다. 수입맥주 파상공세는 종가세(從價稅)를 등에 업고 여전했지만, 그 사이 가격 거품을 뺀 1만원 대 와인이 대거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맥주는 그대로 달리고 있었지만 날으는 와인이 맥주의 승기를 꺾은 모습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주류시장 점유율 50%를 넘던 맥주 점유율은 이마트 기준 올해 5월 42.7%까지 하락했다. 지난 2017년 51.2%로 역대 최고점을 찍은 이래 지난해 48.1%까지 떨어지다 올 들어 40%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신고가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주세법에 기대 수입맥주는 4병에 1만원이란 매력적인 가격을 내세워 고공행진했지만 가성비를 앞세워 저가로 변신한 와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수입맥주는 지난 2017년 26.2%, 지난해 25.5%를 기록한 이래 지난 5월에는 22.8%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와인은 23.3%까지 올라왔다. 수입맥주에서 감소한 2~3%가 그대로 와인으로 옮겨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1만원 이하와 1만원대의 저가 와인의 범람으로 와인의 대중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와인=고가 술’이라는 공식이 깨진 덕분이다.
실제 이마트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와인장터’에서 1만원 이하와 1만원대 와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다. ‘2% 스위트 화이트(5,000원)’와 ‘칸티 모스까또(9,800원)’는 단일 품목으로 일주일 만에 각각 1만병 이상 판매됐다. 매일 1,000병 이상이 판매된 것이다. 이마트의 가격대별 와인 점유율을 보면 1만대 미만(14.2%), 1만원대(30.9%)로 1만원대 이하가 45%로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기존에는 용량 대비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330㎖, 500㎖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저용량 와인도 혼술 분위기 속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의 330ml와인 품목수는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다.
저가 와인의 힘은 매입사의 구매력도 한 몫했다. 이마트는 소비자 부담을 낮춘 1만원대에 ‘국민와인’을 선보이기 위해 와인 물량을 10배로 늘려 단가를 낮췄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수입할 때 한번에 3,000~4,000병 선이지만 국민와인은 2만5,000~3만병으로 책정했다. 이마트가 지난 4월 국민와인 4탄으로 선보인 ‘로손 리트리트 콜렉션 2종(까베르네쇼비뇽·쉬라즈)’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 1만병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글로벌 가격인 19~23달러(2만2,109~2만7,308원)보다도 저렴한 1만9,800원의 가격이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는 “일회성으로 이벤트 가격인 아닌 3~4개월 공을 들여 해외 와이너리, 국내 수입사와 함께 사전 기획하면서 연중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것 역시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