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스트리밍이 대세된 5G시대…승부처는 '킬러콘텐츠 확보'

■IT공룡들 왜 OTT에 사활거나
美, 유료방송 끊고 OTT 가입 추세
애플·디즈니, 넷플릭스에 도전장
이통사·지상파3사 '연합' 결성 등
국내 IT·미디어 업체도 협업 활발
OTT 사업자 대형화 추세 맞춰
정부, M&A 규제 등 정비해야



올해 미디어·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화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다. OTT는 전파·케이블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는 모든 동영상 서비스를 지칭하는데, 특히 실시간 서비스를 말한다.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송·콘텐츠 시장이 OTT 중심으로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콘텐츠 감상 방식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동영상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시장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확산될수록 OTT 수요가 늘어 관련 시장도 급팽창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426억달러로 박스오피스 매출(411억달러)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케이블·IPTV 등 유료방송을 끊고 OTT에 가입하는 ‘코드커팅(code cutting)’이 대세다.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이 숫자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3,300만명에 달한다. 오는 2022년에는 5,500만명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OTT, 유료방송보다 경쟁력 앞서=이렇게 코드커팅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스마트폰 대중화가 근본 원인이지만 OTT가 기존 방송보다 경쟁력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우선 콘텐츠 유통을 공급자 위주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바꿨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용자의 기호에 맞춘 콘텐츠를 찾아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월 사용료가 10~20달러로 기존 유료방송의 5분의1~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내세워 OTT 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넷플릭스다. 지난 2010년 월정액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해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 점유율은 40% 선이다. 그 뒤를 아마존 비디오, 훌루가 잇고 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료구독자 수는 올 3월 말 기준 1억5,000만명에 육박한다. 올해 매출만도 202억달러(약 23조5,000억원)로 예상된다. 코드커팅 등으로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나 내년에는 250억달러, 2021년에는 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디즈니도 넥플릭스에 도전장=하지만 글로벌 미디어·IT공룡들이 잇달아 경쟁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은 3월25일 애플TV플러스를 공개했다. 현재도 애플TV 셋톱박스를 통해 방송사 TV 프로그램을 공급 중인데 여기에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포함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아이폰·아이패드 등 전 세계에 팔린 자사 스마트기기를 플랫폼으로 삼을 수 있어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태생부터 콘텐츠 제작사인 디즈니가 훌루의 단독경영권을 손에 넣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월12일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미국에서 선보이고 내년부터 아시아·유럽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월 구독료를 넷플릭스 요금제 중 가장 싼 9달러보다 저렴한 6.99달러로 책정해 결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구글의 동향도 심상찮다. 2010년 쓴맛을 본 구글TV를 교훈 삼아 절치부심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기기 운영체제(OS)를 장악한 플랫폼 제국 구글이 OTT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로 올해 중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타임워너를 인수한 AT&T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올해가 ‘OTT 빅뱅’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내서도 합종연횡 활발=2016년 넷플릭스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국내 IT·미디어 업체들도 상황이 급박해지자 대응에 나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지상파 3사가 손잡고 OTT 연합군을 결성해 이르면 7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한다. SK와 지상파의 동영상 서비스인 옥수수(가입자 950만명)와 푹(400만명)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가입자 수로 국내 최대 OTT 업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KT도 국내 콘텐츠 강자인 CJ ENM을 자회사 지니뮤직의 2대 주주로 끌어들여 협업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강자와의 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손잡으면서 효과를 톡톡히 본 LG유플러스는 국내외에서 추가 우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아시아에서도 활발하다. 영국 BBC와 ITV는 영국판 넷플릭스를 만들었고 말레이시아는 이미 동남아 OTT인 아이플릭스를 출범시켰다. 세계가 OTT 전쟁에 들어갔다고 할 만하다.

◇킬러콘텐츠 확보가 승부처=넷플릭스가 최강자로 군림하는 힘은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 즉 자체 제작 콘텐츠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해 2017년 기준 약 560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전체의 25%로 내년에는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디즈니도 만만찮다. 북미 1위 방송국인 ABC와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다 세계적인 히어로물 제작사 마블을 소유해 명실상부한 콘텐츠 최강자로 불리는데도 콘텐츠 욕심은 끝이 없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소비자들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콘텐츠를 계속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아이거 CEO의 말처럼 OTT의 승패는 결국 누가 매력적인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느냐로 갈릴 게 분명하다.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볼 만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특히 5G 시대를 맞아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수성하려는 넷플릭스나 뒤집으려는 디즈니·애플 모두 킬러콘텐츠 제작에 역량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본력과 콘텐츠파워에서 뒤떨어지는 한국 콘텐츠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지금 상태로는 비관적이다. 하지만 위기이면서도 기회일 수 있다. 경쟁자들이 다양해지면서 국내 콘텐츠에 대한 새 수요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현지 콘텐츠 제작을 적극 독려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긍정적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OTT의 아시아 진출은 한국 콘텐츠 제작에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수출길을 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경쟁력이 입증된 한류 콘텐츠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향에서 독창적인 스토리가 나오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OTT 사업자의 대형화는 세계적 추세다. 여기에 맞게 유료방송 합산 규제, 인수합병(M&A) 제한 등의 걸림돌을 빨리 제거해 국내 OTT도 규모의 경제를 갖추며 혁신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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