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없는 '메가 조선사' 닻 올렸지만...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아직 갈길 멀어

[무법·무책임·무대책 3無에 흔들리는 조선산업-힘겹게 첫발 뗀 조선빅딜]
EU·日 등서 승인할지 미지수
현대重·대우조선 한식구되면
글로벌시장 점유율 21% 달해
中 추격 따돌리며 수익개선 기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안이 31일 울산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주식교환,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등 향후 절차를 진행해나갈 방침이다. 노조의 극렬한 반발을 힘겹게 넘었지만 물적분할은 대우조선 인수의 첫 단계였던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주총에서 현대중공업 분할안건이 승인되면서 현대중공업은 연구개발(R&D)과 자회사 관리 중심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 설계·영업·생산 중심의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신설법인)으로 나뉘게 됐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의 대주주가 되고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을 100%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한국조선해양 본사는 서울, 신설 현대중공업 본사는 울산이다.

분할 전 현대중공업이 거느리던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신설 현대중공업과 함께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된다. 대우조선 인수에 성공하면 대우조선 또한 이들 회사와 함께 한국조선해양의 지배를 받는다. 분할등기일은 오는 6월3일이며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분할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천신만고 끝에 분할안을 통과시킨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은과의 주식교환,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산은으로부터 대우조선 지분 55.7%를 현물출자받고 산은은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 보통주 약 7%와 1조2,500억원 규모의 우선주를 받아 2대 주주가 된다.

물적분할에 성공했지만 기존에 최대 난관으로 꼽혔던 해외 기업결합심사라는 큰 산이 아직 남아 있다.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모두 결합승인을 받아야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2위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워낙 규모가 커져 해외에서 무난히 승인이 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수주 잔량이 약 1,114만5,000CGT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고 대우조선이 584만4,000CGT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이 525만CGT,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518만CGT, 삼성중공업 472만CGT 등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한 식구가 되면 수주잔량이 약 1,699만CGT에 달해 2위의 세 배가 넘는 압도적인 규모로 커진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2%가 되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에서는 60%가 넘는 점유율을 갖게 된다. 말 그대로 적수가 없는 초대형 조선소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만큼 해외 경쟁당국과 선주들의 견제가 심할 수밖에 없지만 역설적으로 인수에 성공하기만 하면 규모의 경제와 조선업 체질 개선을 위한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빅3’ 체제로 인해 국내 조선소끼리 경쟁하면서 저가 수주가 횡행하고 고정비 지출이 커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두 회사의 기술력 시너지로 중국과 싱가포르의 추격도 더욱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 거제 현장실사도 걸림돌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6월 중순까지 실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대중공업그룹 편입에 반대하는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실사를 막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노조는 거제 옥포조선소를 출입하는 외부인들의 소속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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