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나오자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국고채 1년물에서 50년물까지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우는 동시에 초장기물인 국고채 30년물과 50년물 금리까지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은 금통위 전체 의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물, 5년물, 10년물이 각각 1.587%, 1,605%, 1.682%로 마감하며 또다시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특히 30년물과 50년물도 각각 1.719%, 1.714%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수준을 경신할 뿐 아니라 기준금리(1.75%)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베팅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차단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워낙 강하다”라면서 “한은 총재가 이례적으로 소수의견이 금통위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않는 모습”이라고 했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국고채 30년물 같은 초장기물이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수급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에서는 누구나 금리가 곧 인하될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국고채 금리가 크게 하락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채권금리의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나뉜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채권 선호가 계속될 경우 금리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반응과 이미 금리가 대폭 떨어진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느끼는 채권가격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져 조정장세가 올 것이라는 반응이 엇갈리는 것이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고 유럽 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유럽 채권금리의 동반 하락 등이 채권시장 강세를 이끌 수 있는 배경”이라면서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시장 금리가 내려가는 큰 방향이 바뀌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경기가 개선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한은도 이를 잘 알고 있다”면서 “채권 가격에 대한 부담 역시 점점 커지고 있어 금리가 더 떨어지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