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월 200만원짜리 금융혁신의 첨병

서은영 금융부 차장


“사랑합니다. 고객님.”

시중은행들이 제1 과제로 꼽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의 첨병에 서 있는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 값은 얼마일까. 서울경제가 단독 입수한 5대 시중은행 콜센터 직원 연봉 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임금계약서 기준으로 콜센터 상담직원 평균 임금은 인센티브를 포함해도 월 204만원(세전), 일부는 전 직원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곳도 있다. 이는 지난해 은행원 평균 임금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시중은행들이 내세운 제1 경영과제는 단연 디지털 경쟁력 강화다. 디지털을 강조할수록 콜센터 의존도는 높아진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일상을 침투하면서 고객들은 대출을 연장할 때도, 신용카드 분실 신고를 할 때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거나 애플리케이션 속 채팅창을 띄워 질문과 요청사항을 쏟아낸다. 대면 채널을 대신하는 고객 소통 창구 역할은 물론 최근에는 금융 상담이나 비대면 전용 상품 판매까지 도맡는 일종의 온라인 창구로서 콜센터의 기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고비용 구조의 영업채널 의존도가 줄면서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은행 정규직 임금 인상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콜센터 직원들에게까지 골고루 분배되지는 않았다. 이들 대다수가 은행과 계약을 맺은 콜센터 전문 업체의 비정규직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9%에 달했으나 시중은행 콜센터 직원들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8.17~20.72%에 그쳤다. 시중은행들이 콜센터 운영을 대행하는 외주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1인당 도급비 인상을 제한한 탓에 외주사들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기본급을 인상하는 대신 인센티브를 대폭 낮추는 편법을 썼다. 일부는 근무연수 1년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는 직원들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인상하는 대신 3년 차 이상 숙련 직원들의 임금 인상 폭을 크게 낮춰 빈약한 곳간 식량을 나눴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근무연수 3년 초과 직원의 임금을 2년간 2.4% 인상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등을 떠밀어 임금인상률을 끌어올렸으나 절대수준은 앞서 보았듯 정규직 행원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된 이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이 혁신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지난달 금융권에 혁신의 승자와 패자 논쟁의 불을 지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남긴 말이다. 그런데 여기, 혁신의 첨병 역할을 도맡으면서도 혁신의 패자가 된 이들이 있다. 우리가 비춰야 할 혁신의 그늘은 바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혁신의 테두리 안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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