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이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 운송업체인 페덱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중국도 상대국 기업에 대한 직접 타격에 뛰어들면서 무역전쟁은 확전 일로로 치닫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일 “미국 페덱스가 사용자의 합법적 권익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중국 택배업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국가 유관 부문이 조사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겠고 발표한 후 첫 케이스로 사실상 페덱스가 지목된 셈이다.
미중 간 관세보복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한 후 이를 적용한 첫 중국 화물선이 지난 1일 미국에 도착했다. 중국도 1일 0시부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에서마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미중 대치가 기약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멕시코 관세 카드에 충격을 받아 크게 흔들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 이상 급락했고 국제유가는 5% 넘게 폭락했다.
중국 매체들이 미국 페덱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사를 알린 것은 미중 무역전쟁 확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양국 간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중국 당국이 국내법에 근거해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서는 첫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받아치는 수준에서 확전을 최대한 피해 온 중국이 고율 보복관세 부과에 그치지 않고 블랙리스트 작성 등 상대국 기업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반격 수위를 높이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갈수록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달 말 미중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만나는 데 대해서도 기대는 크지 않다.
2일 중국 매체들은 “페덱스가 중국 택배업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당국 조사의 근거로 중국 국내법을 제시했다. 중국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기업의 블랙리스트 작성에 돌입한 상태로, 페덱스는 그 첫 케이스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물류운송업체인 페덱스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지난달 19~20일 일본에서 중국 화웨이 사무실로 보낸 화물 2개를 미국 테네시주 페덱스 본부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엄격히 말하자면 일본이나 미국 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미 정부가 미국법을 적용해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기소하자 중국 역시 자국법으로 특정 기업을 겨누며 보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최근 페덱스 사례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던 중국마저 일방적인 제재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합의에 의해 종결되기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궈웨이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부주임이 2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중미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2일 중국 국무원은 ‘중미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백서를 발표하고 “무역협상 결렬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중국의 반격은 불가피했다”고 역설했다. 백서는 또 “양국은 상호 존중과 평등, 상호이익의 정신을 기초로 성실하게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견을 좁혀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하면서도 중대한 원칙에서는 중국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의 한 연구팀이 희토류를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희토류 무기화’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암시했다.
미국도 공격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공무를 제외한 모든 비자 신청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아이디를 비롯해 최근 5년간 사용한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제출하도록 하면서 비자 신청을 보다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 대상은 모든 국가이지만 사실상 중국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또 중국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의 해외 부문인 CGTN 아메리카의 미 의회 취재권도 박탈했다. CGTN을 ‘언론사’가 아닌 ‘외국대행기관’으로 분류하고 공공기관 취재를 금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신화통신이나 CCTV로 이런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국제사회는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만나 무역갈등의 담판을 지을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그 전까지 새로운 협상안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회담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이샹룽 전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미국의 잘못 인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G20에서 무역전쟁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