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드]트럼프 '재선 셈법'에 재계 반발·금융시장 혼돈

['對멕시코 관세' 강행 후폭풍]
사위 쿠슈너 등 측근 만류에도
또 反이민 앞세워 지지층 결집
18일 대선출마 공식 선언 예정
美기업은 손해불가피 "소송 불사"
다우지수·WTI 가격 곤두박질
연준에 '금리인하 유도'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쪽 국경의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불쑥 발표한 ‘멕시코 관세’가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멕시코 못지않은 타격을 입게 될 미 재계는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 인사 상당수도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대(對)멕시코 관세 폭탄이 미국 정·재계를 흔들면서 증시와 유가, 국채 금리가 동시에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혼돈에 휩싸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로 반(反)이민 드라이브를 부각시키려는 계산에 멕시코 관세 카드를 쉽사리 거두지 않을 태세다. 그는 오는 18일 플로리다에서 2020년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예정이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 부과 계획 발표는 백악관과 정부 고위인사들의 거센 만류를 뿌리치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뿐 아니라 통상 매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이 한목소리로 ‘멕시코 관세’가 지난해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각국 비준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폈다. 경제 이념이 서로 다른 므누신과 라이트하이저가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앞서 USMCA 비준을 겨냥해 멕시코에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 철회를 결정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2주 만에 측근들의 반대를 뚫고 모든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한 것은 전날 역대 최다인 1,036명의 불법 이민자가 한번에 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에 극도로 분노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이 ‘멕시코 관세’ 부과가 국경 장벽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하도록 한다는 선거 공약과도 부합한다며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CNBC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을 고리로 한 ‘멕시코 관세’를 재선 가도의 최대 동력으로 활용하는 한편 그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된 기준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투자자 가이드에서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연준이 올해 9월과 12월에 걸쳐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멕시코 관세 부과가 미 경제 성장에 경고음을 울리면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갑작스러운 멕시코 관세 부과 소식에 미 최대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는 “모든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기업들이 무관세를 믿고 멕시코에 부품 생산기지 등을 뒀는데 갑자기 관세가 생기면 공급 체인을 재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당인 공화당도 강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공화당 소속인 찰스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장은 “대통령의 관세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고 조니 언스트 상원 의원도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USMCA가 결승선에 다가서는 것이 차단될 것”이라고 백악관에 경고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뉴욕 금융시장은 정치 이슈인 이민 문제에 관세 폭탄을 들이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아연실색하며 얼어붙었다. 다우존스지수는 지난달 31일 1.4% 급락했고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5.5% 폭락하며 53.5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값은 급등해 10년물 금리가 지난달 말 2.129%로 전날보다 0.088%포인트 하락했다.

큰 충격에 휩싸인 멕시코 정부는 애써 민심 수습에 나서고 있다. 1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미국으로 급파해 백악관 관계자 등과 접촉하고 있다. 대표단은 5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필두로 한 미국 대표단과 공식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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