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넘어가는 환상의 꿀조합…식음료 '푸드 페어링'이 대세

식품업계, 주류사에 레시피 제안
와인 위주서 소주·맥주로 확산
단순제품 홍보 넘어 윈윈 전략

농심의 ‘미역듬뿍 초장비빔면’과 한라산과의 페어링/사진제공=농심
한라산 소주와 농심(004370) 미역초장 비빔면, 피자헛 메가크런치 피자와 카스 맥주, 청정원 떡볶이와 하이트진로(000080) 청정라거 테라….

음식과 궁합이 맞는 술을 연결하는 ‘푸드 페어링’이 식음료업계의 마케팅 트렌드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을 단순히 알리는 차원을 넘어 제품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로 윈윈하겠다는 전략이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상(001680)은 오는 18일부터 나흘간 소비자를 대상으로 청정원의 제품을 활용해 나만의 안주를 만드는 쿠킹 클래스를 연다. ‘청정원 맥주가게’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짝꿍으로 등장하는 주류는 하이트진로의 청정라거맥주 ‘테라’다. 대상 관계자는 “매년 진행하는 행사지만 ‘뉴트로’를 콘셉트로 트렌디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맥주 브랜드 중 소비자 반응이 최근 가장 뜨거운 테라를 선택해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쿠킹 클래스는 청정원의 제품으로 테라와 어울리는 안주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다. 테라의 청량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옛날통닭, 닭발무침 등 예스러운 안주 레시피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청정원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안주야(夜)’, 떡볶이, 소스를 활용해 나만의 안주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연대회도 펼친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맥주와 어울리는 청정원 안주 제품과 테라 맥주로 구성된 경품도 제공한다.

지난달에는 농심도 주류업체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농심이 올여름 신제품으로 출시한 ‘미역듬뿍 초장비빔면’이 소주와 어울릴 것이라는 마케팅 담당자의 발상에서 시작한 푸드 페어링이었다. 이는 미역듬뿍 초장비빔면의 모티브가 됐던 미역초무침이 ‘소주와 궁합이 좋다’는 온라인상 여론에서 착안했다.

이에 농심은 미역듬뿍 초장비빔면을 소주와 ‘페어링’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소주 브랜드 ‘한라산’에 제안했다. 제주도를 넘어 내륙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자 했던 한라산은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역에서 연상되는 키워드 중 남해, 바다, 제주도 등이 있었고 여기서 한라산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농심 제품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이벤트로 선물을 증정하면서 브랜드 자체에 대한 친밀감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피자 프랜차이즈와 맥주업계의 푸드 페어링도 처음으로 진행됐다. 지난 5월 초 한국 피자헛은 신제품 ‘메가 크런치’ 피자 출시를 기념해 피자 프랜차이즈로서는 처음으로 주류 브랜드와 손을 잡고 피자 주문 시 카스 맥주를 할인해주는 ‘피맥 세트’를 출시했다. 지난 달부터는 카스 6개들이 팩을 구매하면 피자헛 쿠폰을 증정하는 두 번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집에서 혼자 또는 여럿이 술을 즐기는 ‘홈술’ 문화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술을 구입할 때 가정간편식 등을 안주로 함께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해 식품업계가 자사의 대표 제품을 다양한 술과 연결짓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CU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소주와 맥주의 동반 구매 상품 10위권 안에 용기면, 냉장 안주, 수산 안주 등 다양한 안주류가 포함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초기 푸드 페어링 문화가 와인 등을 위주로 시작됐다면 최근에는 맥주, 소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로 번지고 있다”며 “식품업계가 제시하는 레시피에 따라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방식으로 술과 음식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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