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오른쪽) 민주연구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서울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정책연구 협약식에 앞서 면담을 하기 위해 함께 시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3일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나 환담하고 함께 정책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성사된 만남이었지만 ‘권력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양 원장이 ‘대권 잠룡’들에게 공동 정책 개발을 제안하며 손을 내민 모양새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서울시장실에서 박 시장을 만난 양 원장은 “시장님께 인사드리고 한 수 배우러 왔다. 시장님은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정책의 보고이고 아이디어 뱅크”라며 “저희 연구원도 시장님과 서울시의 축적된 정책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배워 좋은 사례가 저희 당이나 다른 광역단체에도 널리 공유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서울시에 (협약을)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원장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서울시의 혁신정책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화하고 있다”며 “이번 협약이 민생경제의 돌파구가 열리고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가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양 원장은 이번 행사 자체가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그렇게 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정당 싱크탱크와 지방정부, 민간 싱크탱크들이 국민에 도움이 되고 나라에 보탬이 되는 정책으로 함께하자는 초당적인 뜻”이라며 “우리 당 소속이 아닌 단체장이 계신 곳의 싱크탱크에도 제안을 드렸다.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양 원장은 이날을 시작으로 앞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광역단체장을 차례로 만나 소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김경수 경남지사 등 다른 잠룡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제주 등 야당 소속이거나 무소속의 광역단체장들과 마주 앉을 가능성도 있다.
양 원장의 ‘광폭 행보’는 불가피하게 정치권의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여당 인재영입 실무를 총괄할 것으로 알려진 양 원장이 지난달 노무현재단 행사에서 일부 여권 ‘기대주’의 이름을 거론하며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의 역할론을 제기한 바 있어 그가 누구를, 어떤 순서로 만나는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