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세 도입에 유예기간을 갖게 된 증류주(희석식 소주·증류식 소주·위스키 등) 업계는 희비가 갈리는 모양새다. 우선 높은 도수로 인해 종량세 도입 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던 희석식 소주업계는 이번 발표로 부담을 덜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이 수입 맥주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과 달리 소주는 증류주 내에서도 다른 주종과 섞여 있는 등 다른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류식 소주 업계는 이번 발표가 ‘반쪽짜리’라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날 공청회에 모습을 드러낸 국내 1위 증류식 소주 브랜드 ‘화요’의 조태권 회장은 “왜 증류식 소주업계는 공청회에 토론자로 초대하지 않았는지, 또 왜 기재부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서만 말하는지 실망스럽다”며 “오늘 주제들은 수치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추상적인 이야기뿐”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조 회장은 “전 세계 주류 시장에서 우리나라 술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 주종 종량세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맥주와 탁주만이 국산 주류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장으로 여긴다면 국내 증류식 소주의 미래는 어둡다”고 토로했다.
종량세 도입을 통한 증류식 소주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물거품이 되자 낙담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증류식 소주는 희석식 소주보다 높은 가격대의 원재료가 사용되는데 이 때문에 현행 종가세 체제에서는 증류식 소주가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의 구분을 없앴던 것부터 일종의 힘이 작용된 것은 아닌가 싶다”며 “원재료는 물론 만드는 법도 모두 다른데 한데 묶여 같은 세율을 적용받은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
위스키 업계도 전 주종의 종량세 도입을 촉구했다. 위스키업계 고위 관계자는 “10여 년간 침체된 위스키 시장에 가격 인하 등의 효과로 활력소가 되리라 기대에 부풀었는데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정부는 국산 맥주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종량세 전환을 추진해 왔는데 이제 와서 맥주, 막걸리부터 종량세를 도입하는 것은 다른 주종 간 역차별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수제맥주업계는 종량세 추진에 다시 한번 기대감을 걸고 있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다년간의 논의로 이미 사회적 합의는 끝난 만큼 이번에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맥주, 막걸리 우선 시행이 무조건 포함되길 바란다”며 “국내 맥주업계는 이번 정부의 결단에 사활이 달렸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