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언급하며 본색 드러낸 트럼프

■트럼프, 英 국빈방문
겉으론 양국 '영원한 우정' 강조
화웨이 문제 등 놓고 본격 압박
차기 유력 총리 존슨에 "따로 만나자" 구설수
사임 앞둔 메이에 민감한 발언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4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빈 방문 이틀째인 4일(현지시간) 무역협상 발언 수위를 높이며 영국을 압박했다. 첫날 만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칭송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그가 하루 만에 본색을 드러내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영국과 무역협상을 하겠다며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국빈 방문 전 외교 결례를 범했던 그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쏟아내며 또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런던에서 메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 미국은 영국과 무역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이 무역협상을 하면 교역량이 현재보다 2~3배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양국이 이란 제재 문제에 이견을 보였다”면서 양측이 이란 핵합의 유지 문제로 여전히 대립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는 7일 보수당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한 메이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메이 총리에게 “당신과 함께 일해서 매우 영광이었다”면서 “정확히 (사퇴)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자리에) 머무르면서 협상해보자”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당 대표 임기가 불과 이틀 남은 메이 총리에게 농담을 던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력한 차기 총리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게 따로 만나자고 연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은 증폭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전 장관과 20분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에게 1대1로 만나자고 제의했다. 존슨 전 장관이 당 대표 당선에 집중하겠다며 거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이해한다면서 다음에 만나자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잔을 들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보인 정치적 행보는 그가 국빈 방문 첫날 영국과의 ‘영원한 우정’을 기원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모습과 대비된다. 그는 전날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대한 여성”이라고 칭송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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