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앞줄 왼쪽 다섯 번째) 민주노총 위원장과 노조 간부들이 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김 위원장의 경찰 출석 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손구민 기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출석을 하게 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구속된 노동조합 집행 간부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7일 집회·시위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 전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구속된 노동조합 집행 간부들을 석방하십시오”라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를 앞두고 민주노총 간부를 감옥에 가둔다면 전 세계 노사정 대표자들 앞에서 대한민국이 노동존중을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사업을 총괄하는 위원장으로서 당당히 경찰 조사에 임하고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위원장의 임무를 피하지 않겠다”며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 노동정책 관련) 정책을 책임지라”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말과 4월 초 국회 앞에서 벌어진 폭력집회에 대해선 정당화 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악순환에 빠진 한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투쟁이었다”며 “우리들의 너무나도 정당한 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모든 결과에 따른 책임은 위원장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경찰의 소환조사를 거부해오다 첫 소환 통보에 불응한 지 56일 만에 이날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27일과 4월 2~3일 국회 앞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를 개최하고 조합원들의 국회 경내 난입과 공무집행 방해 등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4월 3일 집회에서 경찰 차단벽을 뚫고 국회로 들어섰다가 다른 노조 조합원들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풀려났다.
이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경찰의 소환 통보를 두 차례 거부하며 “조사 받을 이유가 없다”던 김 위원장은 다른 노조 간부들이 구속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모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 등 3명은 당시 집회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를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한편 민주노총은 내달 3일 예정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대정부 투쟁 성격으로 바꿀 수 있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구속된 간부들을 풀어주지 않을 경우 대정부 투쟁을 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설명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