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개봉한 ‘옹알스’는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에서 한국의 코미디를 알린 넌버벌 코미디팀 ‘옹알스’의 미국 라스베가스 도전기를 그린작품.
‘옹알스’가 영화로 제작된 계기는 차인표 감독과 ‘옹알스’ 멤버들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차인표 감독은 한 보육원 시설에서 재능기부 공연을 하고 있는 ‘옹알스’ 멤버들을 처음 만나게 되고, 그들이 약 10여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코미디를 알려온 이야기, 리더 조수원의 암 투병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 그리고 라스베가스라는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을 준비 중이라는 계획을 듣게 되었다.
차인표 감독은 “한국 코미디팀 최초이자 유일하게 유럽의 가장 훌륭한 무대에 선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 털어놨다. ‘옹알스’ 멤버들에게 연락한 차인표는 “그들의 도전 과정을 다큐 영화로 촬영하고 싶다고 전하면서 영화 제작이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그가 꼭 지키고자 하는 건 “연출이 아닌 ‘옹알스’의 진짜를 담자”였다.
영화는 차인표 연출의 원칙대로 ‘옹알스’의 눈부신 모습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대 위 빛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일상과 진지한 고민들에 집중한다.
영화는 최고의 코미디 공연을 만들기 위한 ‘옹알스’의 노력과 더불어 리더 조수원의 암 투병, 멤버들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갈등 등 ‘옹알스’가 처한 여러 역경들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이번 작품을 공동 연출한 전혜림 감독 역시 ‘옹알스’의 꿈과 희망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공연 다큐는 크게 공연의 일정을 따라가며 영화의 에피소드를 채워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영화는 ‘옹알스’가 꿈을 세우고, 그 꿈을 대하는 생각과 모습의 변화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된다.”
‘옹알스’는 아직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서지 못했다. 영화는 차인표와 전 감독, 그리고 옹알스 멤버들이 애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역경 끝에 오는 성공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인표, 전혜림 감독은 ‘도전’이라는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도전에 집중하려 했죠.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삶 깊숙히 들어가보니 한 가정의 가장, 결혼을 앞둔 그들이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과 오늘 당장 무대에 서서 공연하는 것이 절박한 문제였다. 삶을 살아가는 절박한 문제 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바뀌었어요. ‘도전’이라는 의미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죠. ”
차인표의 연출 기준은 2가지였다 “거짓말 하지 말자. (스토리를)몰아가지 말자”였다. 이 영화를 통해서 ‘옹알스’의 도전이 좀 더 알려졌음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중간에 한 달 반 동안 촬영이 중단되고, 기약 없이 시간이 흘렀어요. 그 것 때문에 힘들었던 건 ‘내가 비행기 표를 사서 라스베가스를 데려가고 싶은 그 마음’을 참는 것이었어요. 대충 찍고 ‘라스베가스 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영화를 찍으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건 거짓말이되니까요. ‘옹알스’가 스스로 와야 하는 게 다큐멘터리잖아요. 그걸 참고 있던 중 실제로 그들이 라스베가스를 갔어요. 자기 후배네 집 거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그렇게 라스베가스를 돌아다녔어요.”
무대 아래에서도 ‘옹알스’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꿈을 꾸려나간다. 길이 막혔을 때 주저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도전 정신, 그리고 그 안에서 상처 받고 치유 받으며 결국은 ‘함께’ 다시 일어선다.
실제로 ‘옹알스’는 대다수의 대중에게 잊혀진 공채 코미디언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길을 찾아 전 세계로 떠났다. 차인표 감독은 “길은 어디에나 있다”는 ‘옹알스’가 가지고 있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며 그들의 정신을 높이 샀다.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한 그는 2004년 ‘감기’라는 영화에 출연한 게 마지막 상업 영화 출연작이 됐다. 이후 2016년 돌연 TKC픽처스란 제작사를 차리고, 직접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출연했던 상업 영화가 이상하게 잘 안 됐다”며 “배우의 캐스팅은 통계다. 흥행의 통계에 따라 캐스팅이 되는 건데 ‘감기’ 이후 상업 영화 대본이 거의 안 들어왔다”며 제작사 및 감독으로 눈을 돌린 이유를 말했다.
평생 영화를 하고 싶어 직접 연출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차인표 감독의 진짜 꿈은 뭘까. “하루 하루 재미나게 사는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작업을 하면서 말이다.
“영화를 오래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배우든 작가든 스태프든 감독이든 어떤 롤이든 상관 없어요. 오픈 마인드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 나이든 사람이 해줘야 할 건 있어요. 프로젝트를 일으키는거죠. 그 뒤엔 이런 저런 역할을 하면서 영화 작업을 같이 하고 싶어요.“
차인표의 다음 꿈 역시 영화 제작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건전한 가족영화를 계획 중이란다. 그는 “큰 규모의 영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10억 투자 받아서 영화를 찍으면 행복할까? 난 스트레스 때문에 불안할 것 같아요. 제가 그런 투자를 받을 만한 깜이 안 되는 것도 있죠. 소소하게 작은것부터 차곡 차곡 이렇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배우 차인표의 신작 소식도 들려왔다. 작품 제목도 ‘차인표’이다. 그는 ‘옹알스 멤버들보다 자신이 더 웃기다’고 자신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신작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곧 만들어질 ‘차인표’는 그냥 코미디 영화입니다. 말 할 수 없어요. 제가 봤을 땐 코미디입니다. 하하하.”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