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민통합을 외치면서 자꾸 이념을 부각시켜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모순된 언행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면서 이념 대립을 뛰어넘는 통합을 호소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광복 이후 월북해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김원봉의 독립운동 ‘업적’을 강조해 이념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면서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는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의열단의 반일활동가로 알려진 김원봉은 1948년 월북해 북한 정권에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 등 요직을 거쳤으며 6·25전쟁 과정에서 훈장도 받았다.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서훈을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념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앞선 4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유공자·보훈 가족과의 오찬 행사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사진이 수록된 브로슈어를 나눠줘 논란을 빚었다. 6·25전쟁 전사자 유족과 천안함 피격, 제2연평해전 희생자 유족 등이 참석한 오찬 테이블 위에 놓인 사진 가운데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이 2장이나 있었다. 유족들은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거나 “급체했다”는 등의 말로 불만을 표출했다. 청와대가 유족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은 자제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통합을 역설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사를 통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해 한국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논쟁을 촉발시켰다. 3·1절 기념사에서는 “빨갱이라는 표현은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진정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면 이념성이 강한 화두를 꺼내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을 앞둔 지지층 결집과 진보 노선 확산 전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