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도사에서 독립운동을 했지만 6·25 때 북한군으로 활약한 김원봉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이틀째 난타전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해치는 말”이라고 했고 바른미래당도 “대통령이 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청와대는 “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수습했으며 여당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라”면서 반격에 나섰다.
7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6·25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에 남침을 주도한 김원봉을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문 대통령이) 마땅히 사과문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5·18 기념식 때 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등의 언급을 인용하며 “문 대통령이 우리 정치를 계속 싸움판으로 만들기 위해 보수 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분노를 유도한다는 느낌”이라며 “분열과 갈등의 정치로 정치권과 국민에게 누구 편이냐 다그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원봉 서훈 추서 논쟁이 있었고 날짜와 자리가 현충일 현충원이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이 적절했는지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도무지 대통령이 국민 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날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고위직을 지내고 훈장을 받은 분을 언급하는 것은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에 다름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념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역사인식을 바로 가질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로 넥센중앙연구소 넥센그라운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원봉 선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학계에서 할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 메시지의 취지·맥락으로 보면 이념·정파를 뛰어넘자는 것이고, 독립 과정에서 그분의 역할에 대해 통합의 사례로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우리 역사의 통합, 국민과 사회의 통합을 향한 메시지였는지, 한국당이 억지로 생채기를 내며 분열의 메시지로 만들어내는 것인지 자문해보기를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이태규·김인엽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