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돼지열병 또 점검 "농가-축협-지자체-군 협력" 강조

강원 철원 양돈농가 및 최전방부대 방문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현장 3차례 확인
"이번 싸움 장기전...차제에 축산 선진화"
월경 멧돼지 사살…유엔사와 협의 완료

이낙연 총리가 주말인 8일 강원도 철원읍 관전리 소이산 삼거리 인근 민통선 내 육군 5사단 부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추진상황을 보고받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역 현장 점검차 강원도 철원을 방문했다. 기업형 양돈농가가 다수 운영 중인데다 전국에서 가장 긴 DMZ(비무장지대)가 위치해 있어 멧돼지의 남북 왕래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있어서다.

이 총리는 현지의 양돈농가와 민통선 지역을 둘러본 후 농가와 축협, 지자체, 군이 공조하는 4각 방역 협력 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번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차제에 양돈을 포함한 축산 자체가 크게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대에는 “민통선 지역의 멧돼지 차단 방역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8일 강원도 철원읍 관전리 소이산 삼거리 인근 민통선 내 육군 5사단 부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추진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 총리 “中서 발병, 10개월 지났지만 안 끝나”

이날 이 총리의 방역 현장 방문 점검은 지난 1일 강화도, 5일 경기도 양주·파주에 이어 세 번째였다. 먼저 강원도와 축협 관계자가 방역 상황을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강원도에는 돼지를 4,000두(3,200㎡) 이상 보유한 기업형 양돈농가가 10개 시·군에 28곳이 있다. 이 중에서도 철원에 가장 많은 11개 농가가 위치해 있다. 강원도는 이들 기업형 양돈 농가에 대해 매일 내외부 소독을 실시 중이다. 농가별 전담 공무원도 배정했다.

그럼에도 이 총리는 양돈농가로 이동하면서 현장의 소독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 했다. 조성무 철원군 축산과장은 “차량 소독, 대인 소독 후에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소독을 한다”며 “촘촘하게 이중 삼중으로 소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설명에 이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작년 8월 (중국의) 랴오닝성, 요녕성, 선양, 심양에서 생긴 뒤로 9개월,10개월이 됐지만 전혀 끝나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도 완전히 없애는 데 30~40년이 걸렸다”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그나마 우리에게 약간의 장점이 있다면 4㎞의 비무장지대 가운데 철책이 있고 다른 쪽엔 바다가 있다는 것”이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성공적으로 막아야 되지만 차제에 모든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8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지경리의 양돈농장 주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야생멧돼지의 침입을 막기위해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내 ASF 정보 ‘캄캄’…우려 커

농장주를 만나서는 잔반 사용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잔반 대신 배합사료를 쓴다는 농장주의 대답에 이 총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건 돼지류, 키우는 돼지와 멧돼지의 분비물”이라며 “공기전염이 아니니 방역의 기본 수칙만 지키시면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농장주에게 축산 선진화를 강조하던 중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북한의 ‘캄캄이’ 정보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신고된 북한 자강도 발병 건의 경우 국영농장이어서 북한 당국이 파악해 국제기구에 보고를 했지만 가가호호 소규모 양돈의 경우 발병 여부 등에 대한 파악이 거의 어려울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총리는 지난 5일 경기 양주·파주 방역현장 점검 과정에서 이미 북한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개성까지 남하 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남측에서 차단 방역을 최고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낙연(가운데) 국무총리가 주말인 8일 강원도 철원군의 갈말읍 지경리의 농장 입구 야산에서 최문순(왼쪽) 강원도지사, 이개호 농림부 장관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추진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연합뉴스

비무장지대 멧돼지 사살, 유엔사와 협의

이 총리는 양돈 농가 방문 후 민통선 지역에 위치한 역곡천 인근에서 군부대의 방역 추진 상황도 보고 받았다. 이상철 육군 5사단장은 “멧돼지가 철책으로 넘어오는 건 없다”며 “만약에 멧돼지가 올 수 있다면 물골이나 하천으로 올 텐데, 하천별로 적이라든지 멧돼지 침투에 대비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CCTV와 중거리 카메라, 근거리 카메라, 야간 열상장비 등을 보고하면서 “멧돼지가 발견된다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리는 멧돼지 포획 문제도 현장에서 당부했다. 이 총리는 “개체 수가 최소화 돼도 상관없다. 너무 많이 불어났다”며 비무장지대 멧돼지 사살 지침과 관련, 유엔사와 협의도 마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 총리는 군 장병들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이 총리는 “다른 재해나 재난보다는 군이 민간을 도울 일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장병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겠다”며 “불이 나거나 태풍 오거나 홍수 나거나 어느 경우에도 장병들 도움 없이는 노인들이 많이 계셔서 진척이 안 되고, 장병들이 오셔서 순식간에 치워 주시니 든든하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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