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KCGI-한진칼 분쟁…강남부자 끌어들이나

강성부펀드, 자산가 대상 첫 IR
"한진 공세용 자금 조달" 분석도


강성부펀드로 잘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일반인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연다. 이를 두고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는 해석과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중견기업이나 일부 자산가,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조달자금으로 한진(002320)칼 투자 확대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CGI가 일반인을 상대로 IR에 나서는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IB 업체의 한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에서 5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골드클럽을 상대로 IR을 이미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최근 지분율이 15.98%로 15%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238만3,728주)를 매입한 것을 신호탄으로 12월 107만4,156주, 올해 3월 139만1,089주, 4월 107만2,965주, 5월 59만4,956주 등 매달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동원해 꾸준히 지분율을 늘렸다. KCGI는 상상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주식담보대출도 진행했다. KCGI가 얼마나 지분을 늘릴지는 얼마나 돈을 모아오는지로 결정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KCGI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더 긴 시간 동안 투입되면서 일반인 대상의 IR까지 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주가가 예상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은 물론 연초 주총에서 주주 자격 문제로 각종 주주 제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한 점, 조양호 회장의 급작스러운 별세 등 의외의 변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 투자자들이 KCGI의 자금모집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조 회장 별세로 ‘갑질’ 지배구조 바로잡기가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 대 기존 경영층의 표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내년 총선이나 오는 2022년 대선에서 지금과 다른 정치권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 역시 악재가 될 수 있다. KCGI의 한진칼 투자금 회수 방안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CGI가 자금조달을 확대해 한진그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일반 투자자의 자금 확보에까지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KCGI는 조 회장이 별세한 지난 4월8일 이후 5월과 6월 들어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고 있다. 5호 펀드를 조성하고 지분율을 15.98%로 높였다. 또 검사인을 선임해 △조원태 대표를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이사회에 적법하게 상정됐는지 △고 조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는지 △지급금액, 퇴직금 지급 규정에 대한 주총 결의 여부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법적 요소가 없는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KCGI의 자금조달 여력에 의문이 많은 상황에서 일반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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