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우여곡절 끝에 넥슨 본입찰은 마무리됐지만 후보를 가려야 하는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다. 넥슨이 바라던 전략적투자자(SI)의 참여가 저조해 일부 SI가 판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일정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환경도 변화해 몸값 올리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초 공개 매각 절차가 진행된 뒤 5개월만에 마감된 넥슨 지주사 NXC 본입찰에는 5곳이 참여했다. SI로 넷마블(251270)과 카카오(035720)가 참여했고 재무적투자자(FI)로는 사모펀드 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가 인수 의사를 보였다. 글로벌 사모펀드가 참여했지만 정작 넥슨이 바라던 SI의 참여는 많이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상 SI가 이번 판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넥슨은 SI를 확보하기 위해 본입찰 기간을 미뤄주는 배려까지 보이며 참여를 독려했다. 입찰에 들어온 넷마블과 카카오 모두 투자확약서(LOC) 없이 참여했다. 적정 후보인 SI들이 자금 확보 능력을 보장할 때까지 본입찰 결과 발표를 유예할 가능성도 있다.
‘귀한 대접’을 받은 SI들도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LOC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딜을 끝까지 성사시킬 가능성이 낮아 우협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SI들은 본입찰 참여한 이후에도 여유롭게 FI를 태핑 중이다. 어떤 후보들보다 먼저 LOC를 끊으려 분주하게 시장을 돌았던 글로벌 사모펀드들과도 비교된다.
SI 후보들이 여유로운 이유 중 하나는 끝없는 러브콜 때문이다. 이미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손을 잡아 넷마블과 카카오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넥슨 측이 매각 대금을 달러화로 지급을 요구한 만큼 해외 금융사와 손잡아도 무방하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넷마블은 실제 해외 IB들의 제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금융 비용만 수조원이어서 글로벌 금융사들도 주목하는 딜”이라며 “SI들도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일정이 지연될수록 불리해지는 건 넥슨이다. 그 사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질병 코드 도입 이슈로 규제 리스크까지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 업계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게임 업계에선 반발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넥슨이 몸값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진 건 사실이다. 직원의 고용 안정성을 고려하더라도 산업을 잘 이해하는 SI가 더욱 필요해진 시점이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