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은 끝났다...리틀 태극전사 새 역사는 이제부터

U-20월드컵 세네갈전 반전 또 반전...36년만에 4강 진출
연장까지 120분간 3대 3 접전
승부차기 3대 2로 짜릿한 승리
정정용 감독 "우린 쉽게 안 진다"
12일 에콰도르와 사상 첫 결승 다툼

U-20 월드컵 대표팀이 9일 승부차기 끝에 36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EPA연합뉴스

정정용 U-20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9일 4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이렇게까지 강한 팀인 줄 몰랐습니다.”

유수프 다보 세네갈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이 갖춘 기대 이상의 조직력에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축구 팬들도 놀랐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축구 대표팀은 유럽파 이강인(발렌시아) 말고는 화젯거리가 부족했다. 더욱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대1로 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2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겼지만 시원스러운 경기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아르헨티나를 2대1로 누르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대표팀은 16강 한일전(1대0 승)을 통해 열기를 끌어올렸다.

9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끝난 세네갈과 8강전 뒤 ‘리틀 태극전사’들은 단숨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은 연장까지 120분간 3대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2로 이겼다. 이강인이 1골 2도움을 폭발했다.


그동안 번번이 벽에 막혔던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와 함께 짜릿한 성공을 맞았다. 36년 전 멕시코 대회는 16개국 체제였고 지금은 24개국이 겨룬다. 한국은 직전 2017년 안방 대회에서 16강에 멈췄고 그보다 앞선 2015년 뉴질랜드 대회에는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2013년 터키 대회 8강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이라크를 넘지 못했다. 당시도 3대3으로 비겼고 승부차기에서 4대5로 졌다.



이날 대결한 세네갈은 이번 대회 8강 진출팀 중 우승 1순위로 꼽히던 팀이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기량을 뽐내는 강팀의 성인 월드컵 우승공식처럼 한국은 갈수록 대담하고 끈끈해지고 있다. 사상 최초 결승 진출이 걸린 4강전은 12일 오전3시30분 루블린에서 펼쳐진다. 상대는 남미 복병 에콰도르다. 1승1무1패의 조 3위로 가까스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에콰도르는 16강에서 우루과이를 3대1로 잡는 이변을 일으킨 뒤 8강에서 미국마저 2대1로 꺾었다. 최고 성적이 16강인 에콰도르 역시 사상 첫 결승을 넘보고 있다. 이강인과 함께 세계축구 유망주 50인, 이번 대회 주목할 10인 등에 뽑혔던 레오나르도 캄파나가 요주의 인물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직전 치른 평가전에서 에콰도르를 1대0으로 이겨봤다. 이강인이 결승골을 넣었다. 또 다른 준결승전에서는 이탈리아와 우크라이나가 맞붙는다.

120분 혈투를 치른 한국은 90분 만에 8강을 마친 에콰도르보다 체력적으로 불리할지 모른다. 하지만 8강 승리가 워낙 극적이라 사기는 최고조다. U-14 대표팀을 시작으로 12년 동안이나 꿈나무 지도에 전념해온 정정용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다른 팀보다 강한 것 같다. 여러 힘든 상황을 거치면서 잡초같이 성장해왔다”며 “우리는 ‘꾸역꾸역’ 올라가는 팀이라 쉽게 지지 않는다.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정정용호는 5경기에서 7골(5실점)을 넣었는데 6골이 연장 포함 후반에 나올 정도로 뒷심이 강했다. 세네갈전 3골도 후반과 연장에 나왔다. 정 감독은 “전반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움츠렸다가 후반에 우리가 잘하는 게 있기 때문에 두세 가지 변화를 줬다”고 했다. 전반 37분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17분 이강인의 페널티킥으로 균형을 맞췄고 후반 31분 페널티킥을 내주고는 후반 추가시간 8분에 수비수 이지솔(대전)이 다 진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이후 연장 전반 6분 조영욱(서울)의 득점이 결승골이 될 뻔했으나 연장 후반 16분에 3대3 동점을 허용해 승부차기에 끌려갔다. 1·2번 키커가 모두 실축해 패배의 기운이 드리웠지만 골키퍼 이광연(강원)의 선방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상대 마지막 키커의 슈팅이 골대 위로 날아가면서 붉은 전사들의 포효가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이날 드라마의 또 다른 주연은 무려 7차례나 나온 비디오판독(VAR)이었다. 0대1이던 후반 14분께 한국에 페널티킥을 선물했고 후반 27분에는 세네갈에 페널티킥을 선사했다. 이후 한국은 후반 41분 실점 과정에서 상대 핸드볼 파울이 지적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승부차기에서도 VAR가 도왔다. 마지막 키커 오세훈(아산)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혔지만 킥 전에 골키퍼가 골라인에서 먼저 달려나가는 장면이 VAR에 포착된 것이다. 다시 찬 오세훈은 깔끔하게 골망을 출렁였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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