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될라...'누진제 악몽'에 떠는 한전

적자 상황서 부담 가중 불보듯
"개편땐 법률적 문제 발생 소지"

지난 3일 정부가 공개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적용되면 한국전력 이사진이 배임 소지가 발생한다고 한전 법무부서가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이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서 올 1·4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인데, 개편안은 한전의 부담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9일 “한전이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한 결과 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후에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보고됐다”며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문제가 안 되지만 지난해부터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정부는 토론회를 열고 △매년 7~8월 누진구간 확대(1안) △매년 7~8월 누진 단계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2안) △누진제 완전 폐지(3안)을 공개했다. 한전은 어떤 안이 선택되더라도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이사진은 고민이 깊다. 국민 여론에 힘입어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정부의 보조를 맞추다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토론회에서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한전 이사회는 누진제 개편 논의를 걱정스럽게 지켜봐 왔다”며 “원전 가동률을 급격하게 늘리지 않는 한 당분간 재무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어서 우려가 많다”고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더욱이 정부는 한전의 재무부담을 완화할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산업부가 제시한 3가지 전기요금 할인 방안이 실현되면 한전의 부담은 최소 961억원에서 많게는 2,985억원까지 늘어난다. 지난해 정부가 여름철 한시요금 인하로 발생한 부담액에 대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한전의 부담액 3,600억원은 보전해주지 않았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전은 별다른 대안 없이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산하기관 입장애서 정부가 하는 일에 날을 세우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다음달로 시행 시기까지 못박고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한전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세종=김우보·강광우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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