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많아지는 ‘여초(女超) 현상’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 등 다수 학교에서 남자 입학생 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동국대와 한국외대·홍익대 등 인문계 중심 대학들은 이미 신입 여학생 수가 남학생 수를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9일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 등 13개 대학의 2018학년도 여자 신입생 숫자는 1만8,814명을 기록했다. 이는 이들 대학의 지난해 남자 신입생 2만277명보다 1,463명 적은 것이다.
주목할 점은 남자 신입생 숫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여자 신입생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13개 대학의 2014년 남자 신입생 숫자는 2만2,526명에서 지난해 2만277명으로 2,249명 줄어든 반면 여자 신입생 숫자는 같은 기간 1만6,805명에서 1만8,814명으로 2,009명 늘었다. 전체 신입생에서 여자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2.7%에서 48.1%로 5.4%포인트 높아졌다. 현 추세대로라면 수년 내로 여자 신입생 수가 남자 신입생 수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학생들이 강점을 보이는 인문계 중심 대학들은 이미 여초현상이 현실화됐다. 동국대의 경우 지난해 여자 신입생 숫자가 1,458명으로 남학생(1,223명)보다 235명 많았다. 동국대는 2014년만 하더라도 남자 신입생이 1,459명, 여자 신입생이 1,201명이었지만 5년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홍익대도 지난해 여자 신입생 숫자가 1,215명으로 남자 신입생(1,155명)보다 60명 많았다. 여자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어문계열에 강점이 있는 한국외대의 경우 지난해 여자 신입생 숫자가 2,129명으로 남자 신입생(1,251명)의 약 두 배에 달하기도 했다.
인문계뿐 아니라 이공계열에서도 여대생이 늘고 있다. 교육부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여자 공대생 숫자는 지난해 10만9,19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9만5,478명과 비교해 3년 만에 1만5,000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공대생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17%에서 19.1%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을 바탕으로 공무원시험 등 국가고시는 물론 이공계 전문직에서도 여성의 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인문계열 취업난 여파로 여학생들의 공대 입학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소통 능력과 친화력 등에서 강점을 지닌 여학생들의 취업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편이어서 여성 엔지니어의 사회적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대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내 성폭력 문제도 심화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조사 사건 수는 지난해 1~5월에만 238건을 기록하는 등 2015년(167건)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까지 쉬쉬하던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이 ‘미투(Me Too)’ 운동으로 인해 공론화된 측면이 강하지만 여대생 수가 늘고 있는 만큼 성희롱 예방교육과 상담기구 운영 및 인력 확대, 공정한 사건 처리와 피해자 보호 등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