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복직 대가 수천만원…勞간부 친인척 무더기 취업도

['채용 복마전' 부산항운노조]
前 위원장 2명 포함 31명 재판대
14년간 불법관행 끊이지 않아
항운노조, 인력공급 독점권 악용
일용직업체·운영사와 삼각 유착
금품수수 등 이득 챙긴 정황도


검찰 수사로 비리가 적발된 부산항운노조는 조합원만 1만명 이상에 국내 1등 항만인 부산항의 노무 독점공급권을 쥔 일종의 ‘권력’이다. 대규모 검찰 수사가 진행된 지난 2005년 이후 노조위원장만 6명이 횡령·배임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을 확정받았다. 이후 노조 인사추천심의위원회 설치 등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가 이어졌지만 14년 만의 수사 결과 여전히 부산항운노조는 무법지대라는 사실만 확인됐다. 특히 노조 간부 14명이 받은 것으로 확인된 금품 규모만 무려 10억원을 넘어 그야말로 노조 차원의 대규모 조직적 채용범죄가 저질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정년 연장·복직 등 대가 수천만원

前 위원장 2명 포함 31명 재판대

14년간 불법관행 끊이지 않아

◇끊이지 않은 취업·승진 비리=
10일 부산지방검찰청은 부산항운노조 인사비리로만 구속기소 5명을 비롯해 총 20명을 재판에 넘겼다. 조합원 가입 시 3,000만~5,000만원을 수수하는 취업비리, 조장·반장·지부장 등 승진 때마다 수천만원을 받아 챙기는 승진비리, 복직·정년연장을 대가로 한 금품수수 비리 등 2005년 첫 대규모 수사 때와 불법 관행이 전혀 달라진 게 없던 셈이다.

특히 2010년 이미 채용비리로 구속됐다 출소한 전직 노조위원장 B(71)씨는 2016년 측근인 항운노조 반장의 지부장 승진과 정년 연장 대가로 제네시스 차량대금 7,520만원을 대납받는 등 총 9,52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그는 2015년 12월 지인 아들의 반장 승진 대가로 4,000만원을 수수한 것은 물론 2016년 지부장 지인의 조장 승진 대가로 2,000만원, 지부장 친인척 반장 승진 대가로 1억2,000만원, 취업비리로 구속된 전직 지부장 반장 복직 대가로 2,300만원씩을 각각 얻어냈다. B씨는 심지어 2012년 7월 부산교도소 수감 중에도 동료 수형자 아들을 취업시키는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B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국가인권위원회 D팀장은 인권위 부산사무소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B씨 수감 기간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3,000만원을 받아냈다. D팀장은 2015년 항운노조 조장 승진 청탁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勞-일용직업체-운영사 유착 여전

친인척 무더기 취업 신종비리도


◇‘신종 범죄’ 간부 친인척 무더기 신항 취업까지=
단순 채용·승진 청탁을 넘어 항운노조 간부들이 친인척을 부산 신항 업체에 무더기 취업시킨 신종 비리도 포착됐다. 2013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노조 간부 친인척·지인 135명을 북항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서류상 조합원으로 허위 등재한 다음 이 중 105명을 신항 업체에 추천한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전직 노조위원장 A(53)씨와 조직조사부장 등 4명을 기소했다.

A씨 등은 신항 업체가 특정 직종을 신규 채용할 경우 항운노조가 추천하는 조합원을 채용하도록 규정한 단체협약을 악용했다. 신항 업체 추천은 아무런 신청이나 심사 절차 없이 소수 간부들을 중심으로 깜깜이로 행사됐다. 이 과정에서 간부들은 2배수 면접심사를 받아야 하는 항만 분야가 아닌 비항만 분야 지부에 가공조합원을 등재해 외부 심사를 지능적으로 피했다.

가공조합원의 60%는 반장 이상 간부의 친인척·주변인이었으며 20%는 평조합원의 친인척·주변인이었다. 이들이 내부 심사를 무력화하고 신항 업체를 속이는 사이 기존 북항 조합원들은 근무여건이 좋은 신항으로의 전직 기회를 박탈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질의 숙련 인력을 제공받기 위한 제도의 취지와 달리 항만에서 노무제공 경험이 전혀 없는 미숙련 인력이 채용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조-일용직 공급업체-터미널 운영사’ 삼각 유착도 여전=항운노조가 인력공급 독점권을 악용해 일용직 공급업체와 터미널운영사를 좌지우지하며 이득을 챙긴 정황도 발각됐다. 해당 혐의로 A씨를 비롯한 일용직 공급업체 운영자 C씨, 터미널운영사 임원 등 6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터미널운영사로부터 정리해고 및 임단협 과정에서 1,500만원가량의 금품을 수수했다. 또 2008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단체교섭에서 보장받은 조합원 연금보험을 보험설계사인 아내를 통해 가입하도록 해 수당 4,098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지부장인 자신의 조카와 함께 노조전임자 급여를 중복해 수령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는 일용직 공급업체에 독점적 일용직 공급권한을 부여한 대가로 터미널운영사 퇴직자들에게 가공급여 1억2,972만원을 지급하게 했다. A씨는 2014년 자신의 측근인 터미널운영사 임직원에 대해 사측이 감사에 착수하자 담당자를 압박해 이를 무마시키기도 했다.

항운노조와 터미널운영사, 일용직 공급업체 간 커넥션은 A씨 개인만의 일탈이 아니었다. 항운노조 한 지부장의 친형 C씨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산항 노무 공급을 독점하는 과정에서 20여개 페이퍼컴퍼니에 허위 용역비나 외상 매입대금 지급을 가장하는 수법으로 법인자금 50억원을 빼돌렸다. 또 2015년부터 올해까지 일용직 공급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터미널운영사 대표에게 7억원을 건넨 혐의도 있다. C씨는 이 같은 삼각 유착관계를 통해 설립 2년 만에 회사 규모를 연매출 200억원대로 급성장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부산 항만의 경쟁력 강화와 구성원 처우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노력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조권형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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