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장소' 또 못정해…한국GM노조 파업 준비

교섭 시작도 전에 극과극 대치

한국GM 노사가 올해 단체교섭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여섯 번의 상견례가 모두 무산되며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제기해 쟁의권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파업준비를 하겠다는 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예정된 한국GM의 올해 임금교섭 상견례는 또 무산됐다. 지난달 30일 이후 여섯 번째다. 상견례가 무산된 이유는 사측이 노조가 제안한 교섭장이 안전상의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서다. 노조는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부평공장의 복지회관 LR대회의실에서 상견례를 진행할 것을 주장한 반면 사측은 본관 서울룸에서 상견례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이 상견례 장소에 민감한 것은 노조가 그동안 보여준 폭력성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한국GM 비정규직 노조원 40여명이 사장실을 점거해 집기를 부순 데 이어 10월에는 노조가 연구개발(R&D) 법인 분리에 반발하며 사장실을 점거했다.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카허 카젬 사장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공장 안을 경호원과 움직이는 ‘웃픈’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는 사측의 연이은 불참으로 교섭 자체가 진행되지 못한 만큼 12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쟁의대책위원 구성 등 쟁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중노위에서 조정 절차를 진행해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게 되면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해 찬성이 많을 경우 쟁의권을 확보, 언제든 파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교섭 장소에 대한 이견으로 상견례 등 교섭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쟁의조정 신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교섭 장소는 대개 관행대로 하지만 어느 한쪽이 이견을 제기할 경우 한두 번 실랑이 끝에 제3의 장소를 물색하는 등 합의에 이른다”며 “(한국GM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측은 고의적으로 교섭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사측은 노조가 LR대회의실에서 사측 대표를 기다리고 있을 때 사측이 제안한 장소에서 똑같이 노조 대표들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전 직원의 안전이 확보되는 장소에서 올해 교섭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조속한 교섭 개시를 위해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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