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및 유기 혐의를 받는 고유정 /연합뉴스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바다와 김포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1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고씨의 범행이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각종 증거들을 공개했다. 다만 ‘가정사’라는 것 외에는 공개되지 않은 범행 이유는 고씨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 완벽하게 밝혀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씨는 전 남편 강모(36)씨 살해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경찰에 “강씨가 덮치려는 바람에 수박을 썰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한두 차례 휘둘렀더니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사람의 뼛조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거된 뼈들은 고열로 소각된 상태이기에 피해자인지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머리카락 감정은 1주일, 뼛조각은 3주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거들과 정황을 조합해 경찰은 고씨가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 훼손, 흔적을 지우기 위한 세정작업, 유기까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미리 졸피뎀 성분이 들어있는 수면제를 처방받고, 시신훼손을 위한 흉기가 들어있는 자신의 차로 제주에 입도했으며, 범행 사흘 전 각종 청소용품을 구입했다. 범행 후에는 가족 소유의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로 향한 고씨는 배 위에서 유기하지 못한 시신을 2차 훼손하기 위한 도구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경찰은 고씨가 완도항 여객선에서 1차로 크기가 작은 시신을 유기하고, 김포시 소재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을 2차로 훼손해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유정이 제주시 한 마트에서 칼이 포함된 도구들을 구입하는 모습 /사진=제주동부경찰서
범행과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끔찍한 범행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각종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정신질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고씨가 재혼한 남편과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상황에서 전 남편과 아이의 면접교섭권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을 거라는 추정이다.
고씨는 지난달 9일 전 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다음 날부터 본인의 휴대전화 등으로 졸피뎀, 니코틴 치사량 등 살해 방법과 도구. 시신 훼손 방법 등을 검색했다.
이 외에도 아들이 있는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다. 고씨는 강씨를 살해할 당시 아들이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