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원가절감 선언에…국산타이어 희색

中 부품사 입찰 전면개방 이어
국내시장도 수익성 방어 주문
내달 출시 소형SUV 셀토스 등
한국·금호타이어 적용모델 늘릴듯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국내 시장에서도 원가경쟁력을 높이라”고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판매실적 회복이 더딘 중국 법인에 현지 부품사들의 입찰을 전면 개방한 데 이어 내수시장도 수익성을 방어하라는 의미다. 원가 경쟁력 개선 주문으로 국내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국산 타이어 채용이 확대될 조짐에 따라 타이어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2일 자동차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내부에 원가경쟁력과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방침을 내렸다”며 “특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상품성도 높여 제품 경쟁력과 이익률 모두 방어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시장에서 SUV 라인업 부족으로 부진을 겪은 데 이어 중국 시장에서 사드 사태를 맞으며 판매량이 179만대에서 116만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 2011년 10%를 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대까지 추락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주주들이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했다. 최병철 현대차 부사장은 올 4월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원가 절감을 통해 올해 4% 이상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중국 법인의 경우 현지 부품업체들의 입찰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꼭 글로벌 부품기업이나 한국 업체가 아니라도 엄격한 품질 기준을 맞추면 중국 부품도 채용해 이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주요 시장과 신흥국이 불안해지면서 이익률을 회복하지 않고는 장기전에 돌입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주주들의 요구가 아니라도 2%대의 이익률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는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 신형 싼타페, 신형 쏘나타 등의 출시에 따른 SUV 라인업 강화와 신차 효과로 8개월 연속 판매가 늘었다. 보통 신차가 나오면 인센티브가 줄고 판매량이 늘어 이익률이 개선된다. 중국 시장은 현지 부품 채용 확대를 이익률 개선의 전략으로 잡았다. 한국 시장까지 이익률이 개선되면 현대차가 공언한 대로 올해 이익률 4%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 1·4분기 영업이익률이 3.4%, 기아차는 4.8%로 개선 추세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익률이 개선되면 4%가 아니라 올해 5%대 회복도 바라볼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국내 시장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라는 것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국산 타이어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반영하듯 기아차가 오는 7월 국내 시장에 내놓을 신형 소형 SUV 셀토스는 금호타이어(073240)를 기본 타이어로 장착한다. 현대·기아차는 플래그십 모델(팰리세이드·모하비 등)을 제외한 모델들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한국타이어(161390)와 금호타이어의 적용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다. 같은 품질이라도 국내 생산 타이어는 물류비가 적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타이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이어는 자동차 가운데 가장 비싼 부품으로 꼽힌다”며 “한대당 짝당 단가를 2만~3만원 낮춰도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원가를 개선해 이익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합리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7월 출시되는 셀토스의 가격이 생각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셀토스가 투입되는 소형 SUV 시장은 코나와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 등이 경합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지난해 국내 내수 승용차판매(약 152만대)의 10%인 15만대 수준인데 최근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경쟁 모델인 티볼리와 QM3 등은 현대·기아차의 코나보다 가격이 트림별로 약 200만원가량 낮은 편이다. 원가경쟁력을 개선한 현대·기아차가 가격을 낮추고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이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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