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날 잠수교에서 바라본 반포 일대./이호재기자
정부가 미세먼지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여론이 지나치다는 견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비난하는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제2차 본회의를 개최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날 회의에서 제1차 국민대토론회를 통해 수렴된 국민의견과 미세먼지 대응 정책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제2차 본회의 결과에 대한 설명자료에 “미세먼지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로 국민 불신이 높다”면서 “국민은 중국 영향을 83%로 인식하지만, 과학계는 20∼50%로 본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중국 이외에도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이 다양함을 이유로 들어 미세먼지 문제에 중국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국민 인식이 다소 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가기후환경회의 대회의실에서 국가기후환경회의 제2차 본회의가 열렸다./연합뉴스
그러나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발표에 대해 대다수 누리꾼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계절이 바뀌면서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 달라졌고 최근 들어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날이 크게 줄었다. 이래도 중국 탓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중국의 급성장 시기와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가 심화한 시기가 맞물린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설명이 불분명해 오히려 불신이 커졌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과학계 발표를 토대로 중국의 영향이 20~50%라고 판단했는데 50%에 달하는 영향력도 매우 높은 수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미세먼지 심화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다른 구체적 수치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우리도 미세먼지 배출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국가기후환경회의 설명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중국이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만 19세 이상 국민 2,6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4%가 ‘중국과의 외교적 공조를 통한 해결’을 미세먼지 문제의 가장 효과적 대책이라고 답했다. 한국 미세먼지에 중국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다는 인식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세먼지 문제 심화로 호흡기 질환 환자 증가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병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해결책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학교 미세먼지를 관리하는 데 정부가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 300억원을 투입하는 ’에너지·환경 통합형 학교 미세먼지관리 기술개발 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는 1~8호선 전 역사와 전동차에 미세먼지 측정기 총 840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부터 고성능 공기청정기 설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마련해 오는 9월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김민주 인턴기자 min07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