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빚만 늘리는 자영업 대책

금융부 김기혁기자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회사 워크숍을 가기가 어렵습니다. 워크숍도 근무시간에 포함되다 보니 근교로 1박2일을 가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야구관람이나 회식으로 대체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결국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숙박업 등 자영업이 폐업 위기로 내몰리면서 이들에게 막대한 규모로 대출을 내줬던 은행에도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주 52시간제 시행과 국내외 경기 부진 등으로 자영업 불황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탄식했다. 자영업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사안이지만 최근에는 더 이상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상승 추세다. 상호금융권은 올 3월 말 기준 1.61%로 전년 동기 대비 0.68%포인트나 치솟았다. 저축은행권의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올 3월 말 기준 3.94%를 기록하며 4%에 육박했다. 특히 지방 소재 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7.75%로 평균치의 두 배 수준이다. 지방 경기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역의 소상공인부터 부채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정책대출을 통해 긴급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예산을 투입해 자영업자들이 당장 거리에 나앉는 일만큼은 막기 위해서다. 은행들과도 협약을 맺으며 저리 대출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게 자명한 상황에서 빚을 계속 내주다 보면 언젠가는 부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은 오히려 자영업자의 금융지원을 확대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자영업 대출을 늘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지원 중심의 자영업자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급전을 지원하면 당장은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빚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면서 “소비를 진작시키고 상권을 회복하는 정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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