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노조의 통합 논의는 2년 전에도 비공식적으로 이뤄졌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공식화시키지 못했다. 당시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에 승소할 것으로 기대하며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었고 현대차는 반대였다. 철저하게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임금 조건보다 더 큰 정년연장이라는 이슈에 공동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환경도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차 시장의 확장은 일자리가 가장 우선인 노조에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이용하는 미래 차는 복잡한 파워트레인이 필요 없고 부품도 2만5,000여개에서 1만개까지 줄어든다. 완성차 회사로서는 현재의 무거운 인력 구조가 불필요해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연 1,000~2,000명 이상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한다. 현대차만 해도 올해 1,400여명을 비롯해 오는 2025년까지 1만7,500여명의 인력이 정년을 맞는다. 2025년까지 정년을 맞이하는 조합원만 현대차 전체 조합원(약 5만1,000명)의 30%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노조 지도부도 위기를 맞게 된다. 현대차가 올해 단체교섭 4대 핵심과제(정년·통상임금·고용안정·촉탁직 해결) 가운데 정년연장을 제1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2018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와 함께 별도요구안에 2번 안으로 정년 65세 연장을 담았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사측이 산업과 생산 환경 변화에 따라 동일한 인원을 모두 충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011년께 10%대에서 지난해 2%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보복 이후 현지에서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산하며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판매가 불안하다. 이 가운데 미래 차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더욱이 현대·기아차는 정년에 가까울수록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가 없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사측의 부담은 커진다. 현대·기아차는 단체협약에 임금피크제를 명시하지 않고 2015년 59세 임금동결, 60세 10% 감소 조항을 넣었다. 현재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12% 수준으로 도요타(5.9%)의 두 배에 달하는데 더 많은 부담을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고위관계자는 “교섭력 강화를 통해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을 밀고 있지만 자동차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에서 사측도 양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두 노조가 실제 통합보다는 정년연장 등을 위해 공동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 노조 역시 이에 대해 “곧바로 통합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단일노조 구축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노조가 약 8만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공동전선을 통해 올해 사측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두 노조는 정년연장에 더해 정년 마지막 해 임금감소(-10%) 조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임금삭감이 없는 정년연장을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섭력 강화를 통해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을 밀겠다고 하는데 자동차 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것 등을 고려하면 사측에서도 교섭력이 커졌다고 쉽게 받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경우·박준호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