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사진) 전 LG(003550) 부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씨가 최근 일본 법인으로 발령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씨는 일본 법인에서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구 씨가 일본으로 발령이 나면서 구 전 부회장의 계열 분리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지난 1월 구형모 씨 일본 법인으로 발령 냈다. 이후 지난 3월 인사에서는 구 씨를 선임(과장급)에서 책임(차장급)으로 승진시켰다. 1987년생으로 30대 초반인 나이를 생각하면 구 씨는 당분간 일본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전자가 일본 다수 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고 있는 만큼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씨의 일본 발령이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5월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 후 동생인 구본준 전 부회장의 계열 분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은 그간 장자 승계에 승계 이후 여타 형제들은 계열 분리를 해왔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바로 손아래 동생인 구철회 명예회장의 자손들이 1999년 LG화재(현 LIG그룹)를 만들로 그룹에서 독립했고 넷째인 구태회, 다섯째 구평회, 막내인 구두회 형제는 2003년 계열 분리해 LS그룹을 설립했다. 앞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에서 고 구본무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된 1995년에는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 같은 전통에 따라 구 전 회장의 별세 후 구본준 전 부회장도 지난해 연말 계열 분리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아직 조용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씨의 나이가 30대 초반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 한창 경영을 배워야 할 시기인데 지금 당장 계열 분리를 하게 되면 구 전 부회장인 최소 10년 정도는 더 회사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LG그룹도 최근 사업 재편과 신사업 발굴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 지금 당장 계열 분리를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구 씨는 (주)LG 지분 0.6%와 전자부품업을 하는 별도 회사인 지흥 지분 100%를 소유했지만 작년 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