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가장 대규모로 영어·수학 특기자 전형을 운영해온 연세대와 고려대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부터 해당 전형을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대학 입시에서 심화학습 형태의 특기자 전형이 사라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특목고 폐지 정책과 관련한 ‘선행학습 인재’에 대한 의구심 등이 더해진 결과라는 게 대학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13일 각 대학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연세대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 과학인재 특기자 전형과 어문학인재 전형을 없애기로 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에서는 과학인재 273명, 어문학인재 54명 등 327명을 선발하지만 내년 입시에서는 선발인원 자체를 모두 없앤다. 고려대도 올해 입시에서 219명을 선발하는 자연 특기자 전형을 내년부터 폐지한다. 어학 등 인문 전형 모집인원은 146명에서 95명으로 줄인다. 특히 연세대와 고려대는 상위권 입시생들이 대거 몰려 ‘특기자 전형의 총아’로 불려 온 의과대 모집 전형에서도 나란히 자연 특기자 전형을 없앤다. 4년 전인 2015학년도만 해도 연세대와 고려대가 어학·수학 특기자 전형으로만 각각 475명·530명을 선발했던 점을 감안할 때 괄목할 만한 변화인 셈이다.
여기에 외국어가 강점인 한국외국어대도 올해 55명 선발 예정인 외국어 특기자 전형을 내년도 입시부터 없앤다. 앞서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2018학년도부터 영수 특기자 전형을 없앴고 경희대와 숙명여대·동국대는 2019학년도를 끝으로 폐지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기타 주요 대학 중 영수 특기자 전형은 각 60여명을 모집하는 한양대 글로벌인재 전형, 이화여대 어학·과학 전형 정도만 남게 된다. 대폭 축소된 특기자 전형의 성격도 외국어와 통상교육 등을 포함하는 국제인재, 정보처리기술 등을 종합 판단하는 소프트웨어(SW)인재 등 융합형 실기 특기 위주로 변모한다.
국내 대학들이 이처럼 영수 특기자 전형을 없애는 것은 정부의 특목고·자율형사립고 폐지 방침 등 공교육 정상화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수인재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영수 특기자 전형이 ‘선행 사교육’의 장처럼 여겨지며 변별력에 의문이 일기 시작했고 입학사정관 면접이 포함된 학생부 종합전형 등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암기형 인재보다 융합·창의력을 높이 평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변화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의 입시 특혜가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면접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학생부 전형에서 얼마든지 특목고생을 선발할 수 있다”며 “특기자 전형에서 학생부 전형으로 선발 방식만 바뀔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