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LO 국장 “EU, 핵심협약 비준 관련 심각하게 보는 듯”

유럽의회 구성 완료 후 EU집행위 거세게 압박 예상
관세제재 조항은 없지만 "비관세 제재 가능성 배제 못해"


이상헌(사진)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13일(현지시간) 한국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에 따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와 관련 “EU 내부에서는 적어도 EU집행위원회 관료들은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이날 ILO 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EU 관계자들과 만나면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데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상황이 심각해 보인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EU가 강하게 나올 것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선거가 끝난 유럽의회의 압박을 들었다. 이 국장은 곧 유럽의회 구성이 끝나는 대로 EU집행위원회에 뭔가 구체적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FTA 조항에는 관세 관련 제재를 취할 규정이 없지만 EU가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 제재를 오랫동안 구사했기 때문에 그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이 국장은 덧붙였다.


이 국장은 “EU 입장에서도 ILO 핵심협약 같은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국가와 계속 무역을 한다는 건 정치적 부담이 크다”며 “경제적 이유로 설명하기에도 여러 연구에서 핵심협약이 경제·무역·노동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다고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경제적 위치를 고려하면 국내적 특수성을 주장하기도 어렵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70년대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지금 특수성을 얘기하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같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아직 개도국이라 주장하기에도 한국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한국이 국제노동외교에서 핵심협약의 비준 빈도나 횟수 문제 등의 이유로 수세적 입장에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경영방어권에 대해서는 “핵심협약은 그냥 권리로 인정하자고 만든 것으로 협상하고 어디 조건을 달고 이럴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협약이 비준돼 노동자 단결권이 강해지면 노사관계가 노조 쪽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국장은 “핵심협약을 다루면서 필수불가결한 문제가 아닌 것을 갖고 들어오는 건 논의가 생산적으로 되는 데 힘들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핵심적인 것을 놓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ILO에서도 약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여 전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초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ILO 국장직에 오른 바 있다. 그 전에는 ILO 사무부총장 정책특보를 역임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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