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를 방문해 디모인의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디모인=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13일(현지시간) 예비역 공군 준장인 데이비드 스틸웰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확정했다.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자리가 무려 10개월 만에 채워진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라인 구축작업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 외교가 재개된 시점에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미국과 북한 모두 ‘하노이 노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3차 정상회담 등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준비가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스틸웰 지명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전 손턴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이 지난해 7월 말 물러난 후 같은 해 10월 스틸웰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인준 절차가 지연되면서 동아태 담당 차관보 자리는 내내 공석이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북핵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위상 강화에 대한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지지부진한 북핵 협상의 속도전을 위해 비건 특별대표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스케줄을 설명하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현재 미국의 가장 어려운 외교 사안 중 하나”라며 “비건 특별대표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이 이달 말 예고된 가운데 북미 친서 외교까지 재개됨에 따라 비건 특별대표가 대북 접촉 등을 위해 이른 시일 내 한국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여정(오른쪽 첫번째)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12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고(故) 이희호 여사에게 보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화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통일부
북한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달 들어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이 부쩍 잦아진 동시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오랜 잠행 끝에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심지어 김 부부장은 12일 고(故) 이희호 여사 조화 전달을 위해 판문점 통일각을 찾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대면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이 직접 조화를 전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이 혈육을 보내 한국적 조문 예절을 지켰다는 분석 속에 새로운 대외전략 라인을 미리 드러내지 않기 위해 김 부부장을 앞세웠다는 해석도 나왔다. 핵 협상 재개를 앞두고 나중에 쓸 패를 숨겼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미가 ‘하노이 노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3차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권의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에서는 그간의 교착에 대해 북미가 서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하노이 2차 회담 결렬 배경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감성적 접근이 아닌 치밀한 계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연내라고 시한을 정한 만큼 올해 안에 열리기는 하겠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름과 가을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