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살롱]7개월 딸 방치해 죽인 부모, 고의성 없어 ‘살인죄’ 적용 안된다?

경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 어려워”
네티즌“5일 동안 방치해놓고 나 몰라라 했는데” 분노
엄마인 C양 SNS “오늘도 끝까지 술 마신다” 글 수차례 올라와

생후 7개월 된 딸을 아파트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모 B(21·왼쪽)씨와 C(18)양이 14일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7개월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어린 부부에게 경찰이 살인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가운데 이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14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한 A(1·사망)양의 부모 B(21) 씨와 부인 C(18)양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B 씨 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A 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부부에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으나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줄 알았다”는 부부의 진술을 받아들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의자가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을 범죄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 안 될 경우에는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는데 과실치사와 살인을 가르는 기준은 ‘사람을 죽이려는 고의성’의 유무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지 또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살인혐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폭행으로 상대방이 숨지더라도 ‘살인 고의성’이 없으면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고의성 여부는 심리적 요인에 가깝고 객관적 규명이 어려워 지금까지 많은 강력 문제에서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B 씨 부부의 SNS 계정이 각종 커뮤니티에 공개되고 부부가 딸을 방치해 놓은 채 각종 유흥을 즐겼다는 게시물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7개월 아기를 두고 이렇게 나 몰라라 했을 정도면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 부부는 23일 심하게 다툰 후 오후 늦게 차례로 집을 나갔다. B 씨는 31일 오후 4시 12분께 자택에 들어가 딸이 숨진 것을 확인할 때까지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C양도 23일 오후 집을 나가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혼자 귀가해 26일 오후 6시께 다시 집을 나가 A 양이 숨진 31일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C양의 SNS로 알려진 계정에는 27~28일 “어제 술 마시고 오늘도 술 마시고”라는 게시글이 게재됐다.

또 C양이 딸의 죽음을 확인한 후 “3일 연속으로 ○같은 일들만 일어난다”는 글을 작성한 것이 밝혀지면서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C양은 지난 31일 오후 10시 3분께 지인과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숨진 딸을 그냥 두고 10분 만에 재차 외출했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11시 44분께 작성됐다.

C양의 SNS로 알려진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달 27일과 31일에 올라온 게시글 캡쳐본. C양은 다음날인 28일에도 “끝까지 갔다”며 술 사진과 함께 글을 게재했다.

7개월 여아와 대형견만 두고 장시간 외출한 B 씨 부부의 행동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B 씨 부부는 아이와 함께 태어난 지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년 된 몰티즈를 집에서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B 씨 부부는 최초 참고인 조사 당시 “반려견이 딸을 할퀴었고 다음날 딸이 숨졌다”고 거짓 진술하기도 했다. 부부는 당시 “지난달 30일 아이를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는데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었고 다음 날 숨졌다”며 “시베리안 허스키의 발톱이 길어 평소 나도 다친 적 있다”고 주장했으나 수사 결과 거짓으로 판명됐다. 이들은 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던 중 C양의 지인 차량에서 거짓 진술을 하기로 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C양이 경찰 추가 조사에서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딸이 보기 싫었던 적도 있다”고 진술한 것, 지난달 17일 A양이 유모차를 탄 상태로 집 밖에 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 등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아동 학대치사로는 부족하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양 시신을 부검한 뒤 “위·소장·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다”면서도 “사인이 아사(餓死)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 부부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종종 아이를 두고 외출한 적이 있다”며 “현재까지 A양 사인은 미상이며 한두 달 뒤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를 받아보고 다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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