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를 SK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것은 결국 앞으로 중국 내 사업을 전기차 중심으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중국 내 생산 및 사업 조정도 전기차가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000270)의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한때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웃돌 정도로 전성기를 보냈다. 연산 89만대 규모인 중국 장쑤성 옌청공장은 가동률이 70%대로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기아차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2016년에만 65만대를 넘게 팔던 기아차는 2017년 판매량이 36만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37만1,263대로 소폭 회복했다. 올해도 1·4분기까지 기아차 옌청공장 출하량은 8만3,50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늘었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자 기아차의 판매량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왔다. 특히 가동률이 40%대로 뚝 떨어진 옌청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우선 2002년 세워진 옌청 1공장을 가동 중단하고 공장 인력의 상당수를 전환 배치했다. 그리고 최근 가동 중단된 옌청 1공장을 파트너인 중국 웨다그룹에 장기 임대하기로 했다. 1공장에서 생산하던 중국 전략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즈파오(한국명 스포티지)는 2공장으로 넘겼고 KX7도 이관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노후 공장을 다각적으로 활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옌청 1공장은 임대를 통해 해결했지만 연산 75만대 규모인 옌청 2·3공장도 구조 합리화라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1공장을 정리하더라도 여전히 2·3공장의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이 50%대로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진병진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가 둥펑그룹의 허웨이 총서기 등과 만나 신에너지 프로젝트 등을 논의하는 등 둥펑위에다기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꾸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둥펑위에다기아가 오는 2021년부터 SK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것은 결국 남아 있는 설비 일부를 전기차 생산시설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째 역성장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2017년 44만9,000대에서 지난해 75만6,000대로 급증했고 올해도 4월 말 기준 26만7,000대가 팔리며 지난해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둥펑위에다기아는 전기차를 중심에 놓지 않고서는 지속되는 판매 부진을 타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의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늘리기는 더 힘든 일이 됐다”면서 “전기차 공급도 많지만 수요도 증가하는 상황이라 친환경차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옌청 2공장에서는 포르테를 비롯해 K2·K3·K5 등 세단과 1공장에서 이관되는 스포티지와 KX7이 생산되며 3공장에서는 K3·K4·K5·KX3·KX5가 생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산에 여유가 있는 3공장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효율화 작업은 꾸준히 검토하고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2·3공장을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된 것은 없다”며 “중국 공장의 구조 합리화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